(시국걱정하는 역대 총리들)

여야는 거리에 팽개쳐진 정치를 국회로 끌어들여라

필자 이영일(전 국회의원)

지금 한국정치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대의민주주의는 실종되고 어떤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한국 민주정치가 고대희랍식의 직접민주정치로 역행하고 있는가.

표면상으로는 촛불 문화제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시위가 거의 매일 밤 수도 서울의 중심부를 완전 점유하고 있다.

민중동원의 주체는 광우병 국민대책위원회라고 하지만 이 시위는 지금까지 각종 시위를 주도했던 세력들이 배후를 형성하면서 시민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가정주부들이 나와 있는가하면 아무 문제의식도 없는 것 같아 보이는 가장들이 자녀들의 손목을 붙잡고 나와 참가하고 있고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고 촛불다방이 도처에 개설되어 시위인지 문화행사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신형 시위문화가 펼쳐지고 있다.

문화제라는 명분에 걸 맞는 장치나 유모차, 술판, 가장들의 손목을 잡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자녀들과 아낙들의 모습은 경찰들의 강경진압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위도 양이 축적되면 질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유도되어진다. 광우병에서 이명박 퇴진으로 구호가 바뀌고 문화제는 도시게릴라 전의 양상으로 바뀌면서 쇠파이프가 튀어 나온다.

지금은 바야흐로 배후가 잘 보이지 않는 중고생들, 한총련이 동원하는 대학생들, 그리고 민노총이 지휘하는 노조투사들이 정권퇴진투쟁의 주력군으로 전환되면서 결국 평화적 시위를 위장한, 문화행사를 위장한 비합법적 정권퇴진투쟁이 개시되고 있는 정황이다.

이 상태가 장기화되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정권은 무력화되고 정치인은 여야 공히 용도가 폐지되고 이른바 아나키적 민중권력이 상황을 지배하게 됨으로 해서 국가자체의 존망에 까지 위기를 불러오게 된다.

국민생활이 전체적으로 파국을 맞게 되고 경제침체는 장기화된다. 결국 국민들은 민중이 주도하는 아나키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군이 사태를 장악하는 군정을 선택할 것인가의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이제 정치권은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서도 안 되고 민중시위의 동조대열에 끼여 있어도 안 된다. 촛불시위에 나타난 민의와 국민들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정치적 욕구들을 적극 수렴하여 상황의 과제들을 정치논리로 재구성,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기에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으며 대의제민주주의의 참맛이 있는 것이다.

국회는 정치의 주도권을 하루라도 더 오래, 더 길게 민중단체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들의 손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민중에게 아부하고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들은 결국 군부의 손에 정치생명이 끊기는 역사를 우리의 현대사는 잘 보여주지 않았던가.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의 혼란한 시국을 슬기롭게 극복할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의 경륜과 능력, 도량이 큰 구상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할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실패는 그 개인만의 실패가 아니다. 그를 작년 12 19일 대통령에 선출한 국민들의 실패로도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18대국회도 실패한 국회로 끝나게 되고 마침내는 대한민국이 실패하게 된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여야 정치인들은 거리에 있는 정치과제들을 국회로 끌어들일 때에 이르렀다. 더 이상 민중의 부르짖음을 거리에 팽개쳐 두어서는 안 된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오늘의 한국이 당면한 과제들을 국회가 해결할 과제로, 정치적으로 해결 가능한 과제로 재구성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통령의 독선과 민중의 아나키가 나라를 망치지 못하도록 견제함으로써 정치의 주도권을 국회가 되찾아야 한다. 여기에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가 있지 않을 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