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0년 9월 1일 중국문화원에서 열린 중국대사관 주최 抗日戰爭승리 65주년 기념식상에서 행한 이영일 총재의 致辭全文이다.


               항일전쟁승리 65주년 기념식 치사

尊敬하는 장씬선 中華人民共和國 大使님내외분, 그리고 독립운동가 후손을 대표해서 이자리에 참석하신 국회 李鍾杰 의원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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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신 內外貴賓 여러분!

오늘 이 자리는 中國 政府가 抗日戰爭勝利 65周年을 記念하기 위하여 마련한 매우 의의 깊은 記念式場입니다.

동시에 우리 한국의 입장에서도 祖國光復 65周年의 意味를 되새겨보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한중양국이 그 意義과 가치를 共有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행사인줄 압니다.

바로 이런 자리에서 本人이 1942년 중국의 臨時首都 총칭(重慶)에서 抗日을 위한 韓中合作機構로 創立된 韓中文化協會의 정신을 계승하는 단체의 대표로서 致辭의 말씀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을 매우 榮光으로 생각합니다.

돌이켜 볼 때 우리 韓國과 中國은 20世紀가 시작될 무렵부터 근 半世紀 가까운 긴 세월동안 日本 帝國主義者들의 侵略으로 말미암아 이루 말할 수 없는 苦痛과 不幸을 겪었습니다.

日本帝國主義者들은 1900년대 초에는 그들의 이른바 國家利益線이 韓半島까지라고 일방적으로 선언, 韓半島를 强占하고 뒤이어 그들 이익선 개념을 滿洲로 확장, 만주사변을 일으킨 후 마침내 중국대륙을 침략하고 동남아시아에까지 침략의 魔手를 뻗쳐,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罪過를 저질렀습니다.

그들은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내세워 亞細亞大陸에 속하면서도 亞細亞國家임을 부인했습니다. 그들이 벌인 전쟁을 鬼畜聖戰이라면서 한국의 독립운동가들과 중국인들을 가장 잔인하게 학살했습니다. 남경대학살에서 목숨을 잃은 중국인 총수가 일본에 떨어진 原爆被害者보다 그 수가 더 많다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殘虐性을 雄辯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 세력들에게 나라를 강탈당한 우리 韓國民들은 祖國光復을 위해, 중국은 일본침략자들을 자기 疆土에서 몰아내기위해 함께 힘을 합쳐 싸웠습니다.

中國大陸은 우리 先祖들이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위해 일본침략세력을 상대로 목숨 바쳐 투쟁했던 獨立運動의 現場이였습니다. 抗日獨立鬪爭 時에 中國人民들이 한국독립운동지도자들에게 보여준 聲援과 支持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中國人民들이 尊敬하는 故 周恩來 中國總理는 일찍이 伊藤博文을 하얼빈 驛에서 쓰러뜨린 安重根 義士의 長擧야말로 日本에 대한 韓中共同鬪爭의 시작이라고 評價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940년대에는 韓中文化協會의 創立을 적극 周旋, 支援함으로써 抗日鬪爭을 위한 韓中合作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오늘 中國政府가 이 자리에서 紀念하는 抗日戰爭勝利의 歷史는 비단 中國만의 勝利가 아닙니다. 우리 겨레의 祖國光復으로 이어지는 勝利의 歷史와 脈과 軌를 같이한다고 보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제2차 世界大戰에서 侵略勢力 日本은 敗亡했습니다. 그러나 패망으로부터 65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다른 나라를 侵略한 行爲에 대한 反省보다는 왜 敗戰했는가에 대한 反省을 더한층 强調하는 정권들이 오래 동안 집권했습니다

그들은 敗戰 후 하면서 人間性과 平和에 대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and Peace)로 東京戰犯裁判에서 處刑당한 사람들을 일본을 위한 愛國者, 義士, 烈士로 추모하는 사람들이 적잖았으며 역대 일본 수상들 가운데는 이들 전쟁범죄자들의 位牌를 奉安한 야스쿠니(靖國)神社에 참배하여 그들의 애국정신을 讚揚, 鼓舞한 바 있었습니다.

최근 새롭게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권이 야스쿠니(靖國) 神社參拜를 중단하고 이웃나라를 침략했던 역사를 다소나마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지극히 부족하고 晩時之歎의 감이 있지만 사태의 다행스러운 進展의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은 自己 나라에 文化와 知識과 産業發展의 技術을 傳授해 준 이웃나라들을 一方的으로 侵略하여 갖은 蠻行을 저지른 잘못된 역사를 통절히 반성해야 합니다. 獨逸이 나치의 罪惡相을 반성하고 나치세력이 장악한 영토를 다시 요구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나치즘의 再登場을 막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일본은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인 가운데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歷史를 美化, 承繼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실로 痛嘆할 일입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어 日本人들은 그들의 侵略的 過去를 徹底히 反省하고 그러한 禽獸와 같은 歷史와의 斷絶을 宣言할 것을 강력히 促求하는 바입니다.

오늘 이 뜻 깊은 행사가 더 이상 침략의 우려가 없어지는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 속에서 共存共榮 하는 동아시아의 世紀를 만드는 契機가 될 것을 祈願하면서 이 행사를 조직한 중국정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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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도 영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글은 한중문화협회보 2009년 1월 15일자 43호에 게재되었고 중국흑룡강신문의 오피니언 란에 게재되었음)

               (한중양국의 우호친선을 기원하면서 건배를 제의하고 있는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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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영어열풍은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영어능력이 부족하면 취업 길도 출세 길도 모두 막힐 만큼 영어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자기 자녀를 남들보다 영어 잘하는 자녀로 키우기 위해 영어사용국가로 어릴 적부터 유학시키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으며 유학이 아닐 경우에는 편법을 쓰더라도 자기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거나 특화된 사립학교에 입학시켜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가정도 적잖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 정부에서도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하였고 앞으로는 영어 수업시간을 1시간 더 늘리기로 하였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국제화되어 국민경제의 울타리를 넘어선지 오래다. 지금 전 세계는 지구촌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국민역량을 기르기 위해 정부가 외국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정당하다. 특히 한국은 인구에 비해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인력개발, 기술개발을 통한 수출입국, 무역입국만이 국가의 존립과 발전의 대안이 되는 나라이다.
 
이러한 국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오늘의 세계에서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분야의 최강자이며 세계기축통화의 관리국가인 미국의 언어, 영어교육을 중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특히 수출입국을 위해서는 국제공용어로 되어있는 영어소통능력의 향상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중국국제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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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와 MOU를 체결하는 李榮一總裁와 李成仁副會長)

그러나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국내외의 제반정세, 특히 경제정세에서 보면 한국의 국가적 생존과 발전에 영어소통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2년 전부터 한미(韓美)교역량보다는 한중(韓中)교역량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오늘의 세계경제위기가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상기할 때 영어사용국만을 겨냥하는 영어교육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은 지경학적(Geo-economic)으로 볼 때 중국과는 정치외교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경제면에서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는 국가이다.
 
중국은 이미 한국제일의 수출 국가이며 투자국가가 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22.1%를 차지해 미국 수출액(11.7%)의 2배에 이르렀다. 한국경제의 성쇠(盛衰)도 중국경제의 성쇠와 궤(軌)를 같이할 만큼 경제적 네트워크도, 상호의존도도 심화되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과 한국과의 언어소통능력향상은 영어소통능력에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되었다. 한중간에 언어장벽이 낮추어지는 정도에 비례해서 한중간의 경제 관계, 협력과 교류관계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세계 인구 4얼2700만(미국, 영국, 뉴질랜드,호주)인이 사용하는 영어에만 올인(All-In)하는 자세를 넘어 서서 세계 인구 13억 6900만(중국, 홍콩, 대만, 마카오)인이 사용하는 중국어에도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에 이르렀다.

특히 중국어의 한자(漢字)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함께 사용하는 국어의 기초이다. 이것은 라틴어가 서양 각국 언어의 기초로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 한자는 우리 한글과 달리 상형(象形)문자이다. 따라서 어릴 때 배울수록 학습 성과가 높아진다. 이 점에서도 우리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의 일환으로 중국어를 학습시킨다면 영어교육에 못지않은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우리나라 일부 대학들에서 공자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조짐이다. 공자 아카데미 운동은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어의 세계화, 중국문화의 세계화라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의 대학과 다른 나라의 대학들을 연계시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문화외교 사업이다.
 
세계적으로는 벌써 81개국 256곳에 공자 아카데미운가 세워졌고 한국에서도 13개 대학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어의 보급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어 보급에 대한 이러한 간접적 접근보다는 정부가 영어에 못지않게 중국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교 교과목으로 중국어를 채택하는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어가 영어보다 덜 중요한 언어가 될 가능성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대의 추세이고 흐름일진데 정부는 이제 외국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 영어올인주의를 지양하고 중국어의 중요성에 눈을 돌릴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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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주 중국인, 겸따마다 운동 동참” [중앙일보] 2009년 3월 12일(한중문화협회도 이 운동을 지원하는 뜻에서 이영일Blog에 개재했습니다.)

회원 65만 재한중국교민협회 리창쭤 상무 부회장협회 신문에 소식 연재 … 문화·청소년 교류 확대

 ‘겸따마다 운동’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

“한국에 사는 중국인 65만 명에게 한국의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 운동’을 적극 알리겠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도 겸따마다 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겠다. 아울러 중국식 겸따마다 운동을 재한 중국인 사회에서 펼칠 생각이다.”한국 거주 중국인 모임인 재한(在韓)중국교민협회 리창쭤(李長作·54) 상무 부회장은 최근 재중국한국인회(회장 정효권)의 겸따마다운동본부 임영호 특별위원장을 만나 이렇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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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부회장은 해외교민 대표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 해당)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일시 방문했다.

중국 공산당 리창춘(李長春:서열 5위) 정치국 상무위원의 막내 동생인 그는 5년 이상 한국에 상주하면서도 한국 언론에 노출을 꺼려왔다. 그는 한국 내 중국인 사회의 막후 실력자로 한국에 진출한 중국기업인의 모임인 한·중상무촉진연합회 회장도 겸하고 있다. 그는 “형님은 형님대로 하는 일이 있고, 나는 나만의 세계가 있다”며 리 상무위원의 동생이란 사실에 무게를 두지 않으려고 애썼다.

리 부회장은 “겸따마다 운동을 전개해온 재중한국인회와 이를 적극 보도해온 중앙일보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자신의 생각과 활동 계획을 털어놨다. 인터뷰는 9일 오후 베이징에서 이뤄졌다.-겸따마다 운동을 어떻게 보나.“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운동이다. 다만 한국어로만 보도되다 보니 중국인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좋은 운동을 중국어로도 적극 알려야 한다.

-좋은 방법이 있나.“우리(중국교민협회)가 적극 나서겠다. 교민협회가 중국어로 한국에서 발행하는 ‘지기지피(知己知彼)중국신문사’에 겸따마다 소식을 시리즈로 실을 예정이다. 나는 매주 4만 부가 발행되는 이 신문의 사장이다. 중국 국가주석과 총리도 꼼꼼히 보는 신문이다.”-한국 내에서 활동 계획은.“한국에 사는 65만 명의 중국인들을 상대로 ‘중국식 겸따마다운동’을 전개할 생각이다. 이름은 ‘한국과 정겹게 지내기(情系韓國)운동’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8월 23~24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대대적인 중·한 문화교류 행사를 계획 중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청소년 교류와 문화 이벤트를 많이 만들 것이다. 공연·문화재 전시, 서예활동 등을 통해 양국 국민이 서로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넓힐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양국 청소년이 여름과 겨울방학 때 상호 방문하길 바란다.

-반한·반중 정서를 어떻게 보나.“나는 한국에 사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이 싫으면 귀국하라’고 충고한다. 한국을 나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사랑하면 사업도 잘 되고 본인도 발전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이린(海林)시에서 발생한 한국인의 집단 취업 사기 사건은 유감이다. 그래도 재중한국인회와 재한중국교민협회가 손을 잡고 양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보자.

-양국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서로의 장점을 많이 소개해야 한다. 신화통신·인민일보·중앙일보·KBS 같은 주류 언론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인터넷 매체가 사실 왜곡 보도를 하면 즉시 대응해 바로 잡아야 한다.”-한국과의 인연은.“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톰보이’란 브랜드로 유명한 성도섬유의 최형로 전 회장을 1993년 내 고향 다롄(大連)에서 만나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낙후한 중국에 선진 문물을 전해준 최 회장은 나를 계몽시킨 스승이다. 한국에 보답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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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哈彌濱)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선수단 금메달 시상식전에서 이영일 총재와 채영덕 부총재(우)]

 필자는 하얼빈 시가 주최한 제24회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막식에 하얼빈 시정부의 초청을 받아 지난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하얼빈 시를 방문했다. 하얼빈 시정부는 한중문화협회 총재인 나와 蔡泳德 부총재를 항공료와 滯在費까지 부담하면서 초청해주었다. 하얼빈에서 가진 두 차례 어린이심장병 환자 수술지원에 대한 사의표시 같았다.

도착당일 저녁 8시부터 시작되는 개막식에 참석하려면 두 시간 전에 하얼빈 실내체육관에 입장해야 했다. 중국 돈 3800위안의 입장료는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요즈음 시세로 80만원을 상회하는 거금인데도 입구는 사람들로 이어졌다. 우리 일행은 하얼빈 아동병원의 승용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갔는데 테러대비를 명분으로 행사장 주위는 완전히 인민해방군으로 겹겹이 둘러싸여있었다. 차에서 내려 행사장 까지 약 15분가량 걸어서 들어가야 하는데 체감온도 40도라는 혹독한 추위 때문에 목에 두른 머플러를 꺼내 귀를 막을 정도였다. 개막식이 실내행사이고 승용차로 가기 때문에 추위대비가 소홀했던 것이 실책이었다.

(이영일 총재와 채영덕 부총재가  태극기가 올라가는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다.)

북만주 땅인 하얼빈의 겨울은 역시 삭풍이 몰아치는 寒帶였다. 오후부터는 으레 예리한 추위가 두텁게 입은 옷 사이를 뚫고 들어올 만큼 무서운 寒冷 강풍이 불어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실내에서 열린 개막행사는 너무 현란하고 아름다웠다.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만은 못하지만 그때 동원되었던 기량이 십분 발휘된 탓인지 LED를 이용한 동영상, 스크린, 무대 위의 율동, 화려한 음악과 무용이 조화를 이루는 개막식이었다. 화평굴기(和平崛起)의 중국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관중들의 박수와 함성역시 선진국을 육박하고 있었다. 후진국들의 특성중의 하나인 단조롭고 짧은 박수가 아니고 길고 우렁찬 박수와 함성이 개막식의 현장을 메웠다. 중국의 전통을 말해주는 복식과 음률과 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서구적인 것이 분위기를 장악했다.

이튿날 아침에는 한국선수들이 출전하는 스케이트 경기장을 찾았다. 스피드 스케이트 500M 경기에 한국의 남녀선수들이 출전했는데 남자경기에서는 한국의 李康石이 0.08초로 중국 선수를 앞질러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에서는 李相和 선수가 중국선수를 단연 앞서 금메달을 땄다. 나는 평생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가 게양되는 가운데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국제경기 시상식을 보았다. 매일 한국을 향하여 전면대결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북한에서는 한명의 선수도 참석치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북의 전쟁 공갈이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평소에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중국, 러시아 등 동계스포츠강국 선수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딴 것이다. 너무 자랑스러웠다. 나는 중국 관중들 틈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서서 이강석, 이상화 이름을 힘차게 불렀다. 맥도날드 햄버거로 오찬을 때우면서 응원에 열을 올렸다.

시상식이 끝난 후 우리는 松花江 속의 섬 太陽島에 설치된 눈 축제와 氷燈祭를 감상하게 되었다. 오후 시간부터는 혹서의 바람이 분다기에 과거 러시아 출장 때 사둔 털모자를 쓰고 두터운 장갑에 눈길에서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만든 구두를 신고 오리털 파커로 단단히 무장했다. 중국인들이 만든 눈 축제 현장은 하나의 도시가 아틀리에로 변한 것 같았다. 인공으로 만든 흰 눈을 마치 고령토처럼 이용하여 서양 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석고 인물 데상(dessin)과 조각상이 제작,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 희랍의 신전이나 건축물을 보는 것과 같았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핀란드 은행이라고 쓴 건물을 눈덩어리로 실물크기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전시 작품들 사이사이로 차나 맥주를 파는 공간을 만들어 관람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더욱 감동적인 것은 氷燈祭의 현장이다. 하나의 거대한 얼음덩이 도시가 하얼빈의 번화가 중앙로를 그대로 재현시켜 太陽島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모든 소재가 얼음으로 된 거대한 시가지의 건물들이 건물 속에 내장된 오색영롱한 각양각색의 전등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규모가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짜임새와 구도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감동 없이는 감상할 수 없는 예술품이었다. 눈 축제와 빙등제의 현장은 나의 시선을 강력히 끌지만 혹심한 추위는 나의 방한장비를 모두 무력화 시켜버렸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체감추위 때문에 축제의 현장을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여행은 젊어서 다닐 일이다. 내 또래의 나이에 혹한을 뚫고 눈 축제를 감상한다는 것은 하나의 객기가 아닐까.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도 하루하루 현대화, 선진화를 향하여 변해가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실로 부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외부세계로부터 반민주적이라는 비판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나라를 제대로 이끌 능력과 지도력이 있다고 확실히 검증된 자만을 국가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드는 중국의 지도자 선출방식이 오늘의 중국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나는 杜甫같은 심정으로 한국의 현재를 생각하면서 하얼빈 여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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