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신 주류가 이른바 신당론을 공론화했다. 현재의 민주당으로서는 호남당 이미지를 씻을
수 없어 국민의 여망인 지역 구도를 깰 수도 없고 차기 총선도 어려울뿐더러 정치개혁을 포함한 노무현 정권의 제반 개혁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개혁이념을
함께하는 사람들로 정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구도를 탈피, 전국 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국회의원은 어느 하나 예외 없이 지역감정을 분출시킴으로써 정치생명을 지키고 마침내 정권장악까지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의
후광이나 지원, 또 그의 지지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경향각지를
막론하고 호남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않고 당선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가 민주당 공천을 받지 않았다면 호남유권자의 95%의 지지를 결코 받을 수 없었고 대통령 당선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역카리스마를 가진 명망가중심의 정당시대는 DJ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이제는 더 이상 호남당 이미지 청산이나 지역구도 타파가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자기들을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도와준 호남인들에게 마치 무슨 흠결이나 있는 것처럼 호남당 이미지 청산이라거나 지역구도
타파를 지나치게 내세우거나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꼭 그러한 표현이 논리상 필요하다면 선거법을
고쳐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정하자고 하는 식으로 정책정당을 지향하는 신당론을 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당론이 등장하는 배경은 겉에 들어난 명분으로서의 호남당 이미지 청산이나 지역 구도 타파보다는 더 깊은 곳에, 현 단계에서 국민들에게 공공연히 말할 만큼 잘 정리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내심으로 지향하는 강한 개혁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신당론자들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개혁진보정당으로서의 정책과 강령을
선명히 하면서 이 노선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동참을 구하는 창당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호남인들이나 경상도 사람들이 아무 헷갈림 없이 자기의 지역감정보다는 자기들의 정책선호도에 따라 정당참여여부를 결정짓도록 하는 정책정당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신당론이 우선 나와야 할 것이다. 신당론자들은 수구 보수 반동이라는 용어를 즐겨 쓰면서 반보수, 반수구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그것도 구체적 정책을 통해 이러이러한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이 수구 보수 반동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이러이러한 정책을 찬성하는 측은
개혁진보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 정책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개혁정책과 강령 프로그램을 내세우면서
신당론을 주창하고 당내 토론을 통해서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승복시키는 정치과정을 통해 신당론이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수구 보수 반동에게 장악당한 50년 기득권을 허물고 냉전논리를
청산하는 새로운 개혁정치를 지향한다면 그에 걸 맞는 분야별 개혁 프로그램을 내놓고 신당에의 참여나 동조를 호소해야 할 것이다. 호남당 이미지를 지닌 민주당을 뛰쳐나가 개혁이념에 뜻을 같이하는 여야의 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어 신당을 만들자는 주장은 일견 매우 개혁적이고
소신에 찬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점에서 보면 검증 되지 않은 개혁정치세력을 덮어 놓고 믿고 지지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안보, 통일, 북한인권, 북한핵무기, 한미동맹, 재벌개혁, 전교조, 노사관계에
대한 정책제시가 선결되어야 한다. 이런 정책이 중심이 된 당내 토론을 수반하지 않은 신당론이라면 선거
시마다 당명을 바꾸면서 공천대상자교체를 일삼던 김대중 식 창당 패턴과 무엇이 다른가. 신당론자들은 이미
시효지난 호남 이미지론, 지역구도 타파론을 더 이상 신당논의에 덧붙여 거론하지 말고 자기의 正體性을 분명히
하는 정책과 강령을 제시하기 바란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본고는 지난 4월22일 광주의 21세기 남도포럼에서 행한 강연내용임)
1. 문제의 제기 오는 23일부터 중국의 수도 북경에서 북핵문제를 다룰 미국, 북한, 중국이 참가하는 국제회담이 열린다. 우리는 북한 핵 문제 같이 우리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갖는 이러한 현안에 대해서 의외로 문외한으로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우리 한반도정세를 긴장국면으로 몰고 가는 북한핵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해야
할 것인가. 지금 북한 핵문제는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 설명하는 논리의 틀에서 이해하는 북 핵 문제가
있는가하면 그와는 달리 북한이 내세우는 주장과 논리에서 보는 북 핵 문제가 있다. 나는 미국과 북한
양자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증하면서 북 핵문제에 대하여 우리가 가져야할 입장이 무엇인가를 모색하고자 한다.
2. 미국과 북한의 입장 비교
▶미국의 입장 미국은 북한이 1994년 미국을 상대로 제네바 합의의 틀을 마련, 핵 포기를 합의해 놓고도 그 합의의 이면에서 농축우라늄(Highly
Enriched Uranium:HEU))을 통한 핵무기개발을 추진해 왔는데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완전히 무시한 暴擧이며 따라서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확인할 때까지는 대북 봉쇄 등 응분의 制裁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미국의 북핵해법] 협상이냐 봉쇄냐 강온파 격론(조선일보 2003/01/14, 주용중 특파원분석기 사) 참조 제재의 방법으로는 유엔안보리를 통한 경제제재론,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봉쇄를 비롯하여 북한의 핵무기개발이 가시화될 경우 군사공격에 의한 저지와 같은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개발한 대량살상무기(WMD)가 테러세력의 수중으로 팔려갈 경우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인식 하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서는 이를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입장 그러나 북한의 입장과 주장은 다르다. 북측은 다음 네 가지 논거를 들어 제네바합의를 위반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주장한다.
a. 부시정권의 제네바 합의 무시 북한은 부시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제네바합의의 틀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한마디로 제네바합의에 대한 부정 내지 거부로 일관해 왔다고 주장한다. 우선 미국의 부시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클린턴 대통령 정부가 대북 협상을 통해 만든 제네바합의의 틀을 잘못된
합의였다고 비판하면서 액면그대로의 승계가 아니라 내용을 수정하는 ‘개선’을 주장했다. 제네바 합의에 명시된 북미수교나 경제지원 문제는 외면했다. 또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두개의 원자력발전소 문제의 타당성도 재검토 할 것을 주장했다. 여기에 더하여 2000년 10월
북한의 조명록 특사와 미국정부사이에 합의로 발표된 북미공동 코뮈니케도 사실상 白紙化시켰다 2000년 10월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북한군
차수와 마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 간에 합의 발표된 조미 공동 코뮈니케는 미국과 북한간의 적대의사포기와 관계개선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 또 북한평가에 관해서도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不良國家’ 규정을 한 단계 낮추어 ‘憂慮國家’로 재분류하였는데 부시대통령은 이를 다시 飜覆, ‘不良國家’로 다시 규정했다. 이 보다 한 걸음 더 나가 결정적인 것은 2002년 1월 30일 연두교서에서는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惡의軸’으로
규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부시대통령은 북한 국방위원장 金正日을 싫어한다(Loathe)고 여러 차례 공공연히 언급했다. 미국의 대북 태도가
이처럼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과연 제네바합의의 틀에만 매달려 있어야 할 것인가. 북한은
나름대로 그들의 안보방식을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國際法이나國際協約을 지키는 것이 살길이냐 아니면 自衛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살 길 이냐를 놓고 심각한 고뇌의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b.핵 비보유국에 대한 선제공격위협에 반발 북한은 핵 비 보유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정책도 그들 안보에 대한 도전요소로 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우선 핵 확산 금지조약은 그 내용이 지구상에서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만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고 그 밖의 국가들은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불평등 조약이다. 1968년 NPT조약이 성립한 이래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은
합법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였고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핵무기확신금지조약(NPT)에 서명을 거부한 가운데 핵을 보유하고 있어 합법적 핵 보유 5개국과 사실상 同列에 섰으며 남아프리카는 핵무기를 보유했다가 이를 포기한 후 NPT에 가입했으며 북한은 1985년에 NPT에 가입했다가 1993년 탈퇴를 위협한 후 이를 유보했다가 2002년 12월 다시 탈퇴하기에 이르렀다. George Perkovich, "Bush's Nuclear Revolution: A regime Change
in Nonproliferation", Foreign Affairs,(march/April 2003 issue) recited in
New york Times (March 11, 2003)
이 때문에 핵무기 비 보유국은 핵보유국들이 비 보유국들에게 핵무기 불사용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여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 255’로 비 보유국에 대한 핵무기불사용을 다짐하였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만으로는 핵무기 불사용 보장이 미흡하다고 항의한 결과
1978년 5대 핵보유국들은 개별적 선언형식을 통하여 비 보유국에 대한 핵무기불사용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9.11테러 피격이후 핵態勢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를 작성한 후 발표한 그의 새로운
안보 독트린(2002년 9월 20일)에서 핵무기 선제공격 가능 대상 국으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 7개국을 정하고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에 의한 豫防的先制공격(preemptive attack)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하였다. 핵 비 보유국에
속하는 북한이 미국의 선제 핵무기 공격대상국으로 지정, 발표된 상황에서 그들 나름의 심각한 안보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c. 非擴散 관리정책의
부실 핵확산금지조약체제를 유지하려면 핵보유국들은 핵 비 보유국들이 핵무장에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非擴散管理政策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야할 책임이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러한 의미의 관리정책 차원에서 북한을 상대로 핵문제에
관한 합의의 틀(agreed framework)을 만들고 원자력발전소건설 지원, 중유제공, 북미관계개선을 약속했던 것이다. 이점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포용적 비 확산관리정책’을 실시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위협하는 국가를 상대로 지나치게 많은 당근을 주는 정책을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클린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부분적으로만 승계하고 내심으로는
대북 적대정책을 강화했다. 이러한 정책은 威脅的非擴散관리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d. 북한 경제개선관리정책의 실패 북한의 경제개혁조치의 실패도 대미적개심을 불러일으킨 요인이 될 것 같다. 우선 북한은 내외여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02년도에 대내적으로 두개의 의미 있는 개혁조치를 취했다. 하나는 제한된 개방구역을 나진, 선봉지구에 이어 신의주, 금강산, 개성 등 4개
지역으로 확대하였다. 다른 하나는 2002년 7월 초에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하였다. 이 조치가 시행되기 전 북한에는 약 18,000여
개의 암시장이 북한의 민생경제를 주도해왔던 것인데 이 조치를 취함으로 해서 국가계획기구가 다시 민생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관리개선조치가 성공하려면 새로운 암시장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책임 하에 필요한 물자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이러한 개혁을 성공,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절실한 데 북한은 일본과의 수교협상을
통한 경협자금으로 이 재원의 충당을 시도했다. 북한은 일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수상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국가적 수치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인 납치사실을 일본 수상에게 시인, 사과하였으며
그 대가로 2002년 9월
17일 북일 평화선언을 얻어냄으로써 북일 수교와 수교에 따른 경협 자금 유치의 길을 열었다. 한편 일본 역시 국내의 장기적인 불황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시장에 대한 접근을 도모하기 위하여 100억 달러 상당의 경협자금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IT분야와 SOC분야에서 북한에 대한 시설기자재 지원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우리는 개혁개방을 향한 북한 당국의 진지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미국의 제임스 켈리 특사가 2002년 10월 3일 북한을 방문, 북한의
濃縮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을 강력히 추궁, 북측으로부터 시인을 얻어냈다고 발표함으로써 상황은 전연
달라졌다. 일본과의 수교를 통한 재원조달은 무기 연기됨으로써 북한의 대내적 경제개혁은 사실상 실패하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제한된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북한의 신의주 개방정책은 중국 측이 그들에게 부담이 되는 신의주 특구화를
반대하는 의사표시로서 김정일 위원장이 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양빈(楊斌)을 구속 수감함으로써 사실상 무산위기에 놓였다. 결국
북한 주민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그들을 절망적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게 되었다. Barbara Demick, "Inflation adds another
woe for N.Korea",Latimes.com.(February 4 2003) 참조 동일한 기사로서 John Pomfret," Reforms Turn Disastrous
for North Koreans", Washington Post Foreign Service,(january 27. 2003) 참조
◎ 북한의 최종선택은 자위책 강구 쪽으로
(1)이러한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북한은 마침내 핵무기개발을 향한 단계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우선 폐연료봉의 봉인제거를 포함하여 5메가와트의 핵발전소와 방사화학실험실의
재가동, IAEA의 감독관 추방조치를 취함과 아울러 핵무기확신금지조약을 탈퇴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에
의거, 자기들의 중요한 국익(prime national
interest)이 美國으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논거를 내세우면서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선언을 했다가 이의 실천을 유보했던 NPT 탈퇴를 다시 선언하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을 향하여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통해 북미 불가침 조약을 맺거나 아니면 사생결단으로 핵무장의 길을 걷겠다고 최후통첩을
해 놓고 있다.
(2)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불가침 조약 체결을 요구하는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의 대 북한 정책이 바뀌는 것을 방지하려면 미국의회가
비준하는 조약체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그러나 미국은 국제합의를 지키지 않는 북한을 상대로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을뿐더러 포용적 비 확산정책도 더 이상 북한에는 적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선례도 없고 의회비준을 얻기 힘든 불가침조약체결도 불가하다면서 오직 북한의 핵 계획포기가 선행되는 경우에 한해서 북미간의 직접대화가
가능하다는 강경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키신저는 북한이 신뢰하지 않는 미국을 상대로 불가침조약을 요구하는
것은 북미 양자 협상 시 협상부진의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하고 전체 한민족의 권익을 마치 북한만이 옹호, 대표하는
인상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함정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 “북미양자협상의
함정”,(조선일보 2003년 3월 12일자 참조)
3. 양측 주장 평가
▶ 미국 측 미국이 북한에 대하여 포용적 비 확산관리정책 아닌 위협적 관리정책으로 정책을 변경한 가장 큰 이유는 클린턴 정부의 제네바합의의 틀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 논거를 보면 부시정부는 약 6개월에
걸쳐 북한정책을 재검토한 결과 클린턴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 다자관계에서 다루어야 할 북핵문제를 미 북한 양자관계에서 제네바합의로 해결한 접근은 타당성이 적고
또 그 합의내용도 북한의 과거 핵이나 핵개발능력은 불문에 부치고 현재 핵만의 동결에 합의한 것이며 게다가 중유제공, 경수로 지원 등으로 핵개발 시도라는 잘못된 행동(bad behavior)에
보상까지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 아직도 북한은 기회만 있으면 핵무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합의임에도 불구하고 첫째로 미국은 (1)제네바
합의의 약정대로 매년 중유 50만 톤을 북한에 제공해 주고 (2)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원조하고(총190만 톤) (3) 경수로 공사를 진척시켰다. 그러나 북한은 핵 시설에 대한
완전 사찰을 경수로 공사완공이후로 지연시켰다. 둘째로 북한은 1998년부터
파키스탄을 통하여 농축우라늄(High Enriched Uranium)을 통한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등의 장비를 비밀리에 도입,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진행시켜 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들이 취득한 정보를 2002년 10월 3일 제임스 켈리 미국무성 차관보의 방북을 통해 북측을 추궁,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 개발포기가 확인되지 않는 한 북한을 상대로 하는 어떠한 대화도 갖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미국무성이 세계를 설득하기 위해 내놓은 명분이다. 미국은
오래 전에 정보활동을 통해 북한의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기도를 알고 있었는데 이를 공개한 시점을 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목표를 겨냥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개시를 앞두고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기독교권의
이슬람권에 대한 전쟁이 아닌 테러세력에 대한 反 테러세력간의 전쟁이라는 명분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북한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北日修交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일본 자본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사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 가. 미국의 대북 특사파견계획의 발표가 北日平和宣言이 발표된
지 일주일 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에서 이러한 類推들이 나온다.
▶ 북한 측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지속되는 한 임의의 시기에 있을지도 모를 미국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핵무장을 통한 자위책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따라서 북한의 핵 개발을 포기시키려면 미국과 북한간의 직접협상을 통해 미국의
북한정책이 포용적 비 확산관리정책으로 바뀌어야 하며 변경된 정책이 미국에서의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유효하려면 미국의회가 비준한 불가침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에 취하고 있는 일련의 핵 관련 정책-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핵 개발 접근정책을 지켜보면 북한의 의도가 단순히 미국정부와의 직접협상을 유도, 안전보장을 얻어내고 경제 원조를 받아내자는 것 이상의 목표를 지닌 것 같다.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북의 핵 전략 공갈이 아니다“,(조선일보 4월 3일자
해외칼럼)참조 북한은 일단 그간 비축해 놓은 플루토늄을 이용,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고 이를 선언하면 미국으로부터
훨씬 고가의 핵 포기대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북한의 핵무장문제는 지금 겉에 나타난 현상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관점이 있다. 중국 遼寧省 사회과학원의 張守山 연구위원은 북한은 김일성 생존시부터 오랫동안 핵무장을 검토했으며 그것은 주한미군이
오키나와로부터 핵무장 부대를 한국으로 이동시킨 1970년대 후반부터였으며 아직 핵무기는 없지만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의 축적은 이루어진 상태이며 기필코 핵무장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2003년 3월 1일
필자와 단동에서 가진 대화에서 밝힘)
4. 대책방향
가. 협상상황 분석
◆현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북미갈등은 양자간에 존재하는 상호불신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북한이 전체인민들을 궁핍 속으로 내몰면서라도 기필코 핵무장을 하겠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을 품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궁극적 목적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 유도이기 때문에 확실한 안전장치 없는 북미협상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여론은 북미간의 직접 대화를 촉구하는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으며 Joseph
Liberman 상원의원은 공공연하게 미국이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하였다. (조선일보 2002년 12월 16일) Warren Christopher 전 미 국무장관은 “Iraq belongs
on the Back Burner"라는 제목의 NYT 기고문(December 31, 2002)에서 이라크보다 북한 핵이 더 급하다면서 대북 협상을 서두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양자회담은 반대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이해관계를 갖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참가하는 다 자간의 대화-6자회담-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제안은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만의 이익이 아닌 한반도 주변 강대국 모두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북 핵문제는
미⁃북한
양자간의 문제가 아니고 有關국들의 협력과 참여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북미양자회담 반대이지만
미국무성은 한반도 주변의 강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이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는 한반도 주변국들이 참가하는 다 자 회담을 통해 북 핵문제를 처리하는데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주장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한 견해다. 그러나 중국 측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에서
핵동결합의를 주도했고 현사태가 미국과 북한간의 합의인 제네바 핵합의 위반에서 비롯된 만큼 현사태의 주요당사자는 미국과 북한 이라면서 미국과 북한이
먼저 당사자로서 대화를 시작한다면 거기에 중국도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북한 간에 직접협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만일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 핵 보유 선언을 하는 사태까지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를 피하고 협상시간을 앞당기려면 多者會談도 끝까지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James T. Laney and Jason T.Shaplen은
미국의 계간 Foreign Affairs지(3/4월호)에서 클린 턴 정부의 제네바합의의 틀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다자회담을 받아들이고 한반 도 의 비핵화와 NPT체제수용을 지지하는 정책을 펴게 되었다고 제네바합의의 틀에 대한 긍 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James T Laney and Jason T. Shaplen, "How to deal with North
Korea",Foreign Affairs(March 11, 2003) 참조 한국정부도 그간 미․북한간의 직접 대화를 지지하다가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다자간 회담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 한편 국제원자력위원회는 북한이 핵 활동 감시책임을 맡은 유엔기관의 직원을 추방하고 핵 확산 금지 조약을 탈퇴한 사실을 중시, 유엔안보리에 북한을 제소해 놓고 있다. 유엔 안보리 제소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 올 수도 있다.
나. 협상상황 평가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조기 종결됨에 따라 현재 한반도 주변에서 전개되는 정세의 큰 흐름에서 보면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양자회담주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의례적인 지지는 있으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신의주 特區 처리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된 바와 같이 과거 血盟시대의 양국관계에 크게 구속받는 입장이 아니다. 특히 중국의 제 4세대 지도부는 실용주의적 외교노선을 견지하여 중국현대화를
향한 국익의 실현에 치중하기 때문에 연간 800억불 상당의 대미무역흑자를 지키는데 외교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중국 외교부부부장 왕의(王毅)가 북한의 핵 관련 조치를 외교적 모험주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실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이 기술적인 이유를 내세워 중국의 따징(大慶) 유전에서 북한으로 보내지는 석유공급을 3일간
중단한 조치도 북한으로서는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조선일보 4월 5일자 관련보도 참조 “지난 2월18일 이후 중국은 헤이룽장(黑龍江)성의 다칭(大慶)에서 북한으로 가는 석유 송유관을 3일
동안 폐쇄하면서 북한에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북한은 이를 믿지 않았다. 중국은 과거에도
북한에 대한 압력 수단을 송유관을 폐쇄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중국은 또 안보리에서 4월10일까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공식 비난하는 성명을 내려는 미국의 시도를 성명 초안작성을 위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방법으로 막고 있다고 중국의 한 소식통은
말했다.
또 북한과 수교협상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을 검토하고 있는 일본은 북 핵문제의 군사적 해결은 반대하지만 한반도 有關國들 중심의
多者 회담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러시아도 자국의 참가가 보장되는 多者 회담의 틀을 지지할 것이다. 러시아는 한반도문제에 관한 한 자국의 개입이나 참여를 항상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문제에 관한 6자회담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라크전쟁 이후에 다루어질 북 핵문제는 한반도 유관국간 多者회담을 통해 그 해결책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앞으로 다자 회담이 열릴 경우 이 회담에서 다루어야 할 협상과제는 무엇일가. 여기에서는 강대국차원에서
다루기를 희망하는 과제와 한국 등 남북한 차원에서 다룰 과제가 있을 것이다.
◆강대국 차원의 관심사 현재 제기되어 있는 북미간의 갈등해소를 위해서는 새로운 국제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즉 1994년의 제네바합의의 틀을 넘어서는 국제합의를 이루는 것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한반도 有關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북 핵(과거, 현재, 미래)의 완전포기와 이의 사찰을 통한 확인 및 기타 대량실상무기와 재래식 무기 문제 등 제반현안을 동시적으로, 포괄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1994년의 제네바합의의 틀에서는
북한의 현재의 핵을 동결하는 합의였을 뿐 과거 현재 미 래에 까지 효력을 미칠 핵을 포기시키는 합의가 아니었다.
차제에 새로운 합의를 통해 핵 동결과 같은 미봉책이 아닌 확실한 핵 포기를 제도화하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콜린 파 월은 주장하고
있으며 이것이 클린턴 정부와 부시정부간의 차이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북한체제의 안전보장과 북한경제재건에 대한 구체적 지원계획, 예컨대 불량국가해제, 아시아개발은행 자금 활용, IMF지원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남북한 차원의 관심사 제네바합의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합의는 有關국의 공동보증으로 이루어지는 합의인 만큼 단순히 한반도의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해제라는
군축문제해결로 始終될 것이 아니라 현존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새로운 평화협정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휴전협정을 국제적으로 확정한 1954년의 제네바정치회담은 현존휴전협정의 효력을 새로운 수준의 정치적
협정에 의하여 대체될 때까지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를 보장할 국제합의가 생산될
경우 이 협정에는 반드시 휴전협정의 대체를 명시하는 조항이 포함되도록 해야 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현존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미 死文化되어버린 남북한 기본합의서를 넘어서는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Modus Vivendi(잠정협정)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5. 금후의 전망
◆ 현실적 해결 가능성 상존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부시대통령은 미국의회와 한반도문제 전문학자들로부터 북미직접협상의 부단한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은 미록 이라크와의 전투에서 승리했으나 반전여론의 성숙과 전후 재건 그리고 중동질서 재편이라는 외교적 과업을
마무리하려면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계속 거부하는 강경 자세만을 유지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거부했던 직접 대화를 열기 위해서는 미국 측에 그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명분이 필요하다. 예컨대 제네바합의가
갖는 한계성을 넘어서서 대량살상무기 없는 한반도, 완전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국제회담을 제안하고
이 테두리 안에서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갖도록 해야 한다. 이런 상황 하에서만이 일본, 중국, 러시아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국이 원하는 대북 압력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안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반대할 것이지만 국제여론의 압력 때문에 북한도
수락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에 비추어 시간은 불행히도 북한 편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일단 핵 보유를 실현하고 보유한 핵 포기를 전제로 대미협상을 시도하려 한다면 미국의 태도는 의외로
강경해 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미군의 작전계획5027이
셀리그 해리슨, “한미군사동맹조약 재조정 공약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한겨레 기고문(2003년 1월 19일) 참조 이 땅에서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중국과 일본은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 불원 중국과 일본은 북한이 급작스럽게 붕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로 수많은
난민이 월경하여 중국으로 몰려드는 상황을 가장 바람직하지 않게 여긴다. 일본도 난민문제를 우려하는 점에서는
중국과 같으나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통일한국은 반드시 친 중국적 지향일 가지고 일본을 견제할 체제로 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여기에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를 바라지 않는 일본의 진의가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북한은 일본과 중국이 참여하는 多者회담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 북한과 이라크의 차이점 활용 부시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명분인 대량살상무기의 배제라는 점에서는 북한과 이라크 간에는 큰 차이점이 없다. 그러나 북한과 이라크 간에는 세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첫째 이라크는
경제적으로 대외의존 없이 석유를 자산으로 하여 중동의 패자(覇者)를 꿈꾸는 부국(富國)인 반면 북한은 중국을 비롯하여 일본, 미국, 한국 등으로부터 식량, 에너지, 원자재를
지원 받아야 하는 지구최빈국(地球最貧國)이라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문제에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전쟁수단을 동원해야 하지만 북한의 경우 주변국들과 협력할
경우 전쟁 아닌 외교적인 수단에 의해서도 북핵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이라크는 주변
국가들과 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 따라서 주변국들은 반전(反戰)시위나 반전성명으로 이라크를 지원할 뿐 군사적으로 이라크를 지원할 국가는 없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각기 우호 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있다.
북한이 부당하게 침공을 받을 경우 군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1961년 7월
11일 조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하고 있는바 이 조약은 7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핵심내용은 제2조인바 '체약국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몇 개 국가들의 연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체약국 상대방은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원조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제공한다는 조약에 대해서는 북한이 억울한 침략을 받았을 때로 제한해석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조약개정 시 자동개입조항을 적용 배제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사전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협조 내지 양해가 필요하고 사전통고조치를 취해야 한다. 셋째 북한은 이라크에 비해 전후복구를 감당할 자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라크는
세계 제2위의 산유국으로 전후복구비의 감당이 가능하지만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탐낼 만한 자원이
없다. 이러한 점도 미국으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려사항
(1) 북한의 진의가 핵무장 아닌가? 그러나 몇 가지 우려되는 요소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 계획이 대미협상을
통해 자국의 안전을 보장받고 경제적 원조를 받는데 목적이 있을 뿐 핵 개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그러한가. 북한 핵문제를 역사적으로 검토해 보면 북한이 핵무기개발에
큰 집착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를 단순히 대미협상용이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핵에 관해서 우리가 크게 우려하는 바는 바로 이 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한반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핵무장이 부적합하다. 상황이다. ‣한반도는
핵전장(核戰場)터
아닌 재래전장(在來戰場)터 북한이 핵 개발을 할 경우 그것이 북한의 안보목적에 실질적으로 공헌하고 나아가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에서 북한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핵무기는 주지되는 바이지만 개발에 투입되고, 유지에
투입되는 경비에 비해 실용성이 낮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 한반도처럼 국토가 비좁은
곳은 군사이론상 재래전장역(在來戰場域-theatre conventional)이며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같은 핵전장역(核戰場域-theater nuclear)이 아니다. 실용성은 없으면서 일본 등의
핵무장을 부추기고 나아가 대만, 한국의 핵무장을 유발할 수도 있어 실익보다 부담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실정을 알면서도 오랜 동안 핵에 대한 미련을 간직해 왔고 그것이 오늘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인민들의 희생 위에서 추진 더욱이 북한의 핵 개발은 북한의 경제, 산업, 과학발전의
결과나 그 축적을 딛고서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주민을 궁핍과 질병, 영양실조 상태 속으로 내몰면서 추진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민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경제력이 약한 북한이 무리한 핵 개발을 추진해 나갈 경우 북한 핵이 테러세력의 수중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은 경계하고 있으며 이럴 경우 그것은 곧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이나 다름없다고 간주한다. 또
요즈음처럼 미국과 북한이 날카롭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사고도 군사대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최근
미정찰기에 대한 북한 전투기들의 납치기도 같은 사건은 자칫 미국의 군사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발적 전쟁유발형태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2)북한정권 교체론 상존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부시행정부내부에 북 핵 해결방식으로 북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Regime
Change)는 붕괴론적 시각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부가 항상 우려를
표시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미 국방부]“김정일 축출”,미 핵심인사에 비망록회람, 조선일보(2003/04/21 뉴욕주재 김재호 특파원 발신으로 뉴욕 타임스 (04/21자
보도)인용 미국무성은 이런 시각이 미국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하지만 오는 4월 23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중국, 북한간의 3자간 북경회담에서 큰 진전이 없거나 성과에 대한 기대가 난망일 경우 붕괴론은 다시금 국방성을 중심으로 제기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6. 금후의 과제
가. 포괄적인 평화안 마련 앞으로 북경에서 열릴 국제회의는 처음에는 미국, 북한, 중국의 3자간에 시작된다. 하지만 회담이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 미국이 다른
국가들을 참가시킬 권리를 유보한 조건에서 이번 3자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초기 회담의 성과가 진전을 보일
경우 한국의 참가도 예상된다.David Sanger,"Washington to take talk
with North Korea, with China sitting in", The New york Times, Thursday,
April 17, 2003 참조 따라서 이 회의 이 회의는 전술한 바와 같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핵 포기를 포함한 포괄적 평화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즉 한반도의 비핵화는 물론이거니와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철폐를 포함하는 전쟁수단 제한조치와 병행하여 남북한의 공존을 보장하는 국제적 약속-한반도
평화보장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비확산관리정책의 일환으로 북한경제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원조계획을
마련,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이 기회에 강조해야 할 과제는 이 회의가 마련하는 평화 안이 1954년에 시도했다가
실패로 끝난 한반도에 관한 제네바 정치회담이 남긴 과제로서 한국휴전협정의 대안을 차제에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 한반도 평화협정의 필요성 한국은 금년으로 휴전협정 50주년을 맞으며 마찬가지로 한미동맹 50주년도 맞게 된다. 원래 통상적으로는 휴전협정이란 그것이 체결된
후 짧게는 1∼2년, 길게는 4∼5년 내에 전쟁상태를 법률적으로 종결시키는 평화조약(강화조약 내지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그러나 한국의 휴전협정은 국제법이
생긴 이래 가장 긴 휴전협정이다. 유엔헌장에 입각, 모든
국제분쟁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할 것을 약속하고 유엔에 가입하였으면서도 아직도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을 법률적으로 종결시키지 못한 휴전체제가 그대로
지속하고 있다.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것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하나는
남북한이 단일 민족으로서 통일문제를 안고 있는 분단국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은 통일포기사태를 초래하리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평화통일에 대한 비전이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의 동서독에서 본 바는
兩獨간에 기본관계협정이-양독 간에는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평화협정은 맺을 수 없음-체결되어 법적으로 두개의 독일이 탄생했어도 독일은 민족자결에 의하여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었다. 유엔동시가입이나 평화질서가 확립될 경우 무력통일은 어려워지지만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는 전혀 지장이나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1972년의 7.4남북공동성명이나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도 평화통일에 관한 남북한의 합의를 전제하고 있으며 2001년의 6.15선언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6.15선언은 남북한이 느슨한 형태의 남북연합을 상정하면서 국가연합(confederation)
아닌 연합(commonwealth)을 지향하자는 데 합의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6.15선언을 다룬 Pyongyang Times(평양타임스)는 한국의 연합안을 confederation이 아닌 commonwealth로 번역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지금 평화협정이 없음으로 해서 남북교류와 협력에 적잖은 불편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남북내왕의
경우 상대방의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지금은 국가보안법의 규제를 받지만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여권법위반이 될 뿐이다. 평화협정이 없기 때문에 대북 비밀 송금문제도 국회의 특검 사항이 되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포괄적인 개선과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반도평화에
관한 4자 회담이 중단된 현 시점에서 북 핵문제를 위한 한반도 有關국 국제회담-6자
회담 안은 협상의 현안해결과 함께 한반도 평화보장 방안을 안출(案出)할 수 있어야 한다. 轉禍爲福이라는 말이 있다. 북한의 핵 보유계획은 움직임은 분명히 위기이다. 한반도에 전화를 몰고 올 危機요인이다. 그러나 이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할 경우 휴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역사적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危機는 분명 危險과機會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의 縮語라는定義가 맞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혜를 모아
북 핵 위기를 한반도 평화정착의 새로운 기회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제회의가 열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지는 협상을 좀더 두고 보아야 한다. 우선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과 북한간의
불가침 조약체결에 미국이 응할 것인지도 지켜보아야 할 문제다.James T. Laney and Jaston T.
Shaplen, "How to deal with North Korea",(Foreign Affairs, March/April
1ssue 9/10pp참조 이것은 주한미군의 철수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휴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에도 주한미군문제가 걸린다. 둘째로는 북한의 이른바 선 체제보장요구와 미국의 선 대량살상무기 포기
요구를 놓고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시일이 다소 걸리더라도 국제정세의 큰 흐름은 한반도 비핵화를
제도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 중국외교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용미(用美)외교라 할 것이다. 중국은 매년 대미무역에서 800억불이라는 흑자를 얻는데 이 흑자야말로 중국현대화의 가장 확실한 물질적 담보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무역흑자가 지속되어야만 중국은 그들의 국가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개혁개방이래 확정한 국가목표는 3단계의 발전목표인데
첫 단계는 1990년대까지 완성해야 할 목표로서 전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식 생활을 보장해주는 이른바
온파오(溫飽)단계이다. 이 단계는 등소평의 생존시기에 이미 도달했다. 둘째 단계는 의식주에서
개선이 일어나고 냉장고, TV등을 살림살이로 보유하고 마이카도 장만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단계로서 2000년대 초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 단계를 샤오캉(小康)단계라고
부른다. 이 단계의 목표는 장쩌민 주석 시대에 사실상 달성되었다. 마지막 3단계는 중국이 중진국에 진입하는 단계인데 대체로 2015 년에서 2020년까지를 내다보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을 수장으로 하는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가 감당해야 할 단계일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실리외교, 실용외교를 앞세우면서 외국인들의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적극 유치하는 한편 미국과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갈등의 영역은 피하고 협력의 영역을 넓히는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대외
정책 가운데 미국의 대만정책, 중동정책, 달라이라마정책, 인권정책, 대 북한 정책 등에서 항상 미국과 이해를 달리하면서 긴장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해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적대적으로 표시하거나 반미구호를 외치는 행동은
삼가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보다 더 큰 국익을 위해서 미국과 공개적으로 경쟁하고 갈등관계를 확대시키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외교는 대미관계에 있어서는 철저히 용미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과 이해가 엇가리는 문제에 봉착할 때는 정확히 자기들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미국에게 시정이나
자제를 요구한다. 미국 측이 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더라도 정면충돌하기보다는 해결해야할 과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모든 문제를 대립 아닌 협상과 이해관계의 교환을 통한 해결을 시도한다. 2년 전 미국이 대만에
이지스 전함을 판매하려고 할 때도 첸치천 외교담당 부수상이 미국을 직접 방문, 부시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판매계획을 유보시킨 사례는 “미제국주의자들의 침략책동을 분쇄하자”고
외쳐대던 이념외교시대의 접근법보다는 훨씬 세련된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조성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북한 ,중국 3국간의 북경회담을 주선한 것도 미국과 북한간의 군사충돌이
어느 경우에나 중국의 국가목표달성에 불리하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은 북한과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있어 북한이 미국의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북한에 군사원조를 제공해야 할 조약상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내면적으로는 반미면서도 자국의 실리를 위해서는 반미정서를 철저히 잠재화시킨 가운데 미국과의 대결을 피하면서 타협을 통하여 미국을 이용, 국가적 실리를 챙기는 중국의 용미외교야말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리도 반미 아닌 용미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호남민심이 노무현 정권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들어낸다는 것이 공론화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95%이상의 지지를 보낸 호남인들이 정권성립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노 정권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연일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정권을
담당한 쪽에서는 호남인들이 이 정권에 대해 서운하거나 소외감을 가질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인사 상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통계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천정배 의원의 홈페이지 참조) 호남인들이
소외감이나 서운한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는데도 지역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선동하기 때문에 없는 서운한 생각이 들어난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선동이 없었던들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해서 지지한 호남인들이 갑자기 서운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설사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해도 그것은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일부 호남의 상류층일 뿐 바닥민심은 여전히
친 노무현적이라고 한다.
필자도 이러한 변명이 사실이기를 바라고 그렇기를 바란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해야할 것은
김대중 정권이 아닌 역대여당정권들이 호남인들의 푸대접 론이 나오면 으레 쓰던 논리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대중 씨가 선동하기 때문에 호남 푸대접 론이 나왔을 뿐 실제로는 특별히 푸대접한 일이 없다면서 그때도 인사통계를 호남유력인사들을
통해 내밀었던 것이다. 최근 호남 분위기랄까 정서가 바뀌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인사상의 문제가 도화선은
될 수 있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필자가 관찰하는 바로는 호남분위기가 달라진 배경에는 첫째
부산지역에서 떠돈다는 루머 둘째 인사정책의 논리로 등장한 주류, 비주류 론 셋째 개혁다운 개혁부재 넷째
김대중씨에 대한 특검 정국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선 후 부산지역에서는 노무현대통령이
호남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기 때문에 노 정권은 한마디로 호남의 양자정권이다, 따라서 호남양자론을 인사정책면에서
청산하지 않는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통합은 어려울 것이고 차기 선거에서도 지지받기 힘들 것이라는 루머가 퍼졌다고 한다. 이 루머가 호남지역에 알려지면서부터 노대통령의 인사정책을 민감하게 지켜보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루머가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에서 그대로 수렴되었다는 느낌이 호남지역에서 번져나갔다. 둘째로는 정찬용인사보좌관이
기자회견에서 “어느 사회에나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데 정권교체와 더불어 주류가 비주류로 되고 비주류가
주류로 되어야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고 말한바 있는데 호남지역에서는 목포가 주류였지 광주나 기타지역은
비주류였는데 노무현 정권에서는 호남인을 싸잡아 주류 시 하여 인사에서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셋째는 개혁이라는
구호만 외칠 뿐 정치개혁을 포함한 사회 각 분야의 개혁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나 전망을 주지 못하고 여기에 경제사정 마저 어려워져서 지난 대선에서의
호남인의 선택이 과연 잘 된 것이냐 아니면 잘못된 것이냐를 놓고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부채까지도 자기가 모두 안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특검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함으로써 과연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공약을 믿어도 좋은가하는 의구심이 확산되었다. 이것은
동교동 일부의 정서 같지만 실지로는 밑바닥의 민심에도 연결되어 있는 고리가 된다.
따라서 호남분위기의 문제를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거나 몇몇 정치인들의 선동의 산물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보면 호남인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많은 유권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정권을 짜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새 차원의 심사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푸대접
한 일이 없다고 통계숫자를 들이밀거나 기득권층의 음모라거나 하는 식의 대응은 역대 여당들이 범한 과오를 재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밀림 속에서 타잔이 동물들이 울부짖는 이유를 제대로 알아 적절한 처방을 하듯 대선의 가장 큰 우군이었던
호남인들 속에서 정권을 향해 쓴 소리가 나오면 그것을 잠재우려고만 하지 말고 옷깃을 여미고 자기를 성찰하는 겸허함이 있어야 하며 너무 서둘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적절한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퇴임한 후 현시점에서 중대한 정치위기에 봉착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 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융자받아 북한에 제공했다는 것이 감사원조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자금의 성격을 대북 경협 자금이니 평화비용이니 하는 등의 표현으로 적당히 호도하려고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군부독재와 싸울 때 같으면 그가 어떤 말을 해도 국민들(주로
호남인들이지만)은 막강한 독재 권력에 맞서 죽지 않고 버티려면 그 정도의 거짓말 정도는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제는 김대중 씨의 어떤 말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남북경협은 국민들이 환영
남북한 간에 경협을 반대할 국민은 없다. 상대가 경제적으로 약할 때는 무상으로 원조도 할
수 있고 장기 저리로 재화를 공급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남북한간에 이러한 거래가 시작되고
발전하는 것을 환영한다. 남북교류를 지지하는 국민이 대체로 67%를
상회하는 여론조사결과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대 상선이 북측에 제공했다는 거금은 경협자금이라고
인정할만한 근거가 불명하다. IMF의 위기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수 억불의 돈을 돈세탁을 하여 당국의
묵인과 지원 하에 북측에 송금한다는 것은 남북경협의 논리로는 도저히 타당한 처사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나라의
현행법은 현대 상선이 사재를 털어 북한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에 국회의 동의를 얻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야 한다.
대통령 자신의 돈이라도 당국의 사전 승인 받아야
대통령은 취임선서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다할 것을 다짐한(헌법 69조)점으로 미루어 평화통일의 길을 트기 위해 북한에 통치권 차원에서
지금지원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국회의 정보위원회나 여야영수회담을 통해서라도 사정과 경위를 사후에라도 보고하고 양해를 얻는 방법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그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산업은행에서 융자받아 북한구좌로 송금한 자금을 추후 어떻게 상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비가 없었다. 이 문제가 공론화된 작년 9월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증언에서
한 푼도 북에 준 일이 없다고 증언을 하였다.
박지원 비서실장의 두 가지 거짓말
그 후 자금 지원사실이 밝혀진 후에는 북에 송금한 돈과 정상회담은 무관하고 현대가 대북사업독점권을 얻기 위한 대가로 5억불이 제공되었다고 말했다. 현대의 독점사업권을 위한 대가이론이 타당하려면 두 가지 사태를 가정해야 하는데 하나는 북한주도로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수용할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 설사 통일이 북한주도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북한체제의 특성상 특정기업의 사업독점권이 유지될 수는 없다. 따라서 독점권 주장도 타당성이 약하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답은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거액의 달러(경화(hard currency)를 주기로 약속하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대통령이 측근들을 내세워 現代로 하여금 産銀에서 융자를 얻어 지불하게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남측으로부터 송금 날짜가 안 지켜지자 북한은 정상회담을 하루 지연시켜 송금이 확인된 후에 비로소 회담에 응했다는 것이 시중의 이야기다. 노벨 평화상 수상은 그 자체로서 목적은 아니었지만 그 해에 남북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송금의 약효는 대단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가짐으로 해서 남북관계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북의 연방제와 남의 연합제 간에 공통성이 있다거나 이제 한반도에는 전쟁위험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발언에 논난의 소지가 없지않지만 남북간에는
인적 물적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졌고 수차례에 걸친 남북이산가족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며 이산가족면회소 설치의 전망이 트였고 금강산 관광의
시대가 열렸으며 경의선 연결공사가 시작되었고 동해선과 금강산 육로관광의 문을 열었다. 남북한사이에 긴장이
줄어들고 개선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의 가치를 따진다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성과(unaccountable
results)를 얻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분위기속에서 우리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고 부산 아시안게임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대결상대로만 보아오던 북한을 대화와 교류의 상대방으로 보는 인식상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정치적 타결을 건의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송금을 정당화하는데는 너무 많은 논리적 약점을 담고 있다. 성과를
내세워 과정과 경위 속에 감추어진 불법을 눈감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돈 준
사람의 문제점을 지나치게 따지다 보면 받은 측에도 불꽃이 튀길 수 있다. 남북한 관계의 개선이 우리의
목적이고 긴장완화가 우리의 바램일진데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간의 대화를 열기 위해 사용한 경비문제는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 즉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겠다는 취임선서상의 의무이행과정에서 일어난 절차상의 흠결로 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검사를 통해 모든 것을 까발침으로써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하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다른 위법가능성을
방지하자는 취지는 옳다.
그러나 민족의 장래문제를 풀기 위한 정상회담에 북측이 빚낸 달러돈을 받고 응해왔다는 식으로 폄하 하게 되는 사실구명방식은 남북관계의
장래를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에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금후의 남북관계는 언제나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하고 투명성을 보장할 것을 전 국민에게 새롭게 공약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범한 대국민 기만 언동과 김대중 대통령의 불성실한
해명에 대해서는 역사에 그 평가를 맡기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