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민간우호포럼, 북경에서 뜻있는 공감에 도달
(한중민간우호포럼 개회식에서 치사하는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총재)
한중문화협회와 중국국제우호 연락회는 4월 23일 중국베이징 커화카이위엔호텔(歌華開元大酒店)의 국제 신문중심 홀에서 민간차원에서의 한중양국의 이해증진방안을 주제로 한중민간우호포럼을 개최했다.
한중수교 15년을 지나면서부터 간헐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한 한중양국간의 민간수준에서의 정서갈등문제를 파헤쳐서 좋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양국 지식인들 간에 다음 네 가지 면에서 커다란 공감이 이루어졌다.
첫째 한중양국 간에는 현재 상호간에 해결할 수 없는 갈등요소는 존재치 않으며 수교이후 양국관계의 발전은 수교의 길이와 관계없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고 있음을 확인한다.
둘째로는 최근 언론에 등장하는 양국민들간의 갈등정서는 반한(反韓)이나 반중(反中)이라고 개념화할 수준이 아니다. 양국 네티즌들이나 소수 개인의 의견 또는 주장이 마치 한중관계를 말하는 여론의 대세인양 왜곡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차단, 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는 민간차원의 한중관계가 잘 발전하려면 양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고 양국언론에서 잘못 보도된 기사는 이를 바르게 시정함으로써 국민감정의 악화를 막아야 하고 최근 양국정부가 취한 몇 가지 오보(誤報) 시정조치는 평가할만하다.
넷째로 이번에 시작된 한중민간우호포럼을 내년에는 서울에서 개최하고 서울 개최 시에는 이번 중국 행사에서처럼 중국의 인민일보가 공동주최단위로 참가하기로 한다.
이날의 모임은 선웨이핑(沈偉平)중국 국제우호연락회 부회장의 개회사와 한중문화협회의 이영일 총재의 치사가 있은 후 한중양측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기조연설하는 윤영관 교수-전 외교통상부장관)
중국 측 기조연설자인 마리(馬利) 인민일보 부총편(副總編)은 연설에서 한중수교17년의 역사를 한중관계가 급속히 발전한 17년,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된 17년, 양국에 복을 가져단 준 17년이라고 회고, 평가한 후 현안으로 떠오른 염중(厭中)이나 혐한(嫌韓)감정에 대해서는 연애할 때는 좋은 것만 보이고 결혼 후에야 진실이 보인다(戀愛看到的都是好的, 結婚了看到的才是眞實的)는 한국기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런 국민정서는 그간 냉전시기를 살아오면서 관계단절의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상호이해를 심화하기에는 17년의 시간이 너무 짧은데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앞으로 서로 간에 교류와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창춘(李長春)중공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국가 간의 우호관계는 민간끼리 얼마나 서로 친한가에 달려있다(國之交在于民相親)는 말을 인용하면서 오늘 가진 포럼이 문제해결의 좋은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 기조연사인 윤영관 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수교이후 한중양국관계의 비약적 발전상을 상기하면서 한국은 앞으로 유럽의 화란과 같이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소국이면서도 부강한 국가를 지향한다고 강조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중공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윤 교수는 정부수준에서 이루어진 한중양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내실 있게 발전하려면 양국국민들 간의 상호교류가 심화되어야 한다면서 양국국민들 간의 교류가 깊고 돈독하지 못한다면 양국정부간의 공식적인 관계도 원활하게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민간외교가 양국국민들 간의 소통과 상호이해증진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한중문화협회와 중국의 국제우호연락회는 민간외교의 한 복판에 있다면서 한중민간수준에서의 관계를 원만히 발전시키려면 상호불신과 오해, 민족주의 문제, 문화 역사 분쟁의 문제들을 지식인들이 지혜롭게 다루어 나가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하며 이 사업에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맨 처음 주제논문을 발표한 중국의 현대국제관계연구소의 치바오량(戚保良) 연구원은 수교 이후 한국은 대만 문제나 티베트문제에서 중국을 확고히 지지해왔고 중국도 한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원칙을 일관성 있게 지지해왔다고 지적하고 양국 간에는 전통안보와 비 전통 안보에서 큰 상위점은 없지만 지역협력 면에서는 유럽수준에는 못 미치는 단계에 놓여있다고 상황을 평가했다. 그러나 한자공유, 문화에서의 높은 공통성, 교류와 내왕의 활성화추세에 비추어 민간수준에서의 이해와 협력의 심화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중국한국인 회(在中國韓人會)와 중앙일보가 앞장서고 있는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 운동이 그 취지와 효과가 매우 뚜렷해 중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러한 민간 차원의 우호 증진 노력을 두 나라 국민이 적극 지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 주제발표자로 나선 한양대학교 문흥호 박사(현대중국학회회장)는 현재 한중관계가 정부수준에서는 나날이 발전하고 협력수준도 고양되고 있지만 민간수준에서는 정서상의 갈등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건강은 몸이 건강할 때 더 잘 관리해야 하는 것처럼 한중관계도 양국관계가 원만할 때 문제점을 신속히 파악, 적절히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양국은 2007년도를 ‘한중교류의 해“로 지정한데 이어 2010년을 ’중국방문의 해‘로, 2012년을 ’한국방문의 해‘ 정하여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에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또 그간 경제 관계에만 치중하던 한중관계가 문화, 학술, 예술분야로 범위가 확대되어가는 추세도 바람직하지만 양국 국민의식 속에서 확산되는 민족주의, 애국주의 정서는 자칫 배타적 민족주의나 편협한 애국주의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을 극복하는 노력이 아울러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인민일보 서울 특파원을 역임한 시바오캉 기자의 연설광경)
인민일보사 한국특파원으로 오래 한국에서 근무한 시바오캉(徐寶康)기자는 오늘 한중간의 정서갈등은 첫째로 한중간의 정치문화의 차이를 이해 못한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한국에서는 반미, 반중, 반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나 중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서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때 아시아의 4용(龍)으로 자부하던 한국이 중국의 급속한 발전으로 눈높이를 조정해야 하는 국면을 맞으면서 좌절감 같은 심리갈등이 생긴데도 정서 갈등의 한 원인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로 무책임한 언로가 열리면서부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정서문제는 정서로 풀어야지 이것을 혐한(嫌韓)이나 염중(厭中)같은 용어로 개념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설문조사에서 60%이상이 역사문제가 한중간의 걸림돌이 된다고 하지만 학술연구를 정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요즈음 강릉단오제와 같은 문화유산문제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지만 중국문화를 창조적으로 성공적으로 받아들여 한국화 하는 것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없다면서 진실, 책임, 실천이 앞으로 한중관계 보도태도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의 겸땀마다 운동에 앞장서는 유상철(劉尙哲)기자는 그간 양국 언론에 비친 한중간의 정서갈등 문제를 낱낱이 예거하면서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한중관계의 여러 방면에 걸친 급속한 발전과 변화를 양국 국민들이 바로 이해하면서 따라오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현재 중앙일보가 앞장서서 추진하는 겸따마다 운동은 한중수교 후 한국인들이 부지불식간에 들어낸 중국인에 대한 잘못된 행태를 반성하면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한 양국관계를 양국국민들 간의 이해를 심화시켜 뒷받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언론이 앞장서 소수의 의견을 전체의 의견으로 호도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며 지난 4월 17일 한국 대법원이 웹사이트에 올린 비방성 글을 삭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정부도 그간 중국 언론에 보도된 오보를 적출하여 시정 조치한 것도 매우 바람직스럽다고 평가했다.
북경대학의 한쩐치엔(韓振乾) 교수는 젊은 세대가 앞으로의 한중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중청소년 교류 기금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중국에는 한국유학생이 10만명 가량이며 한국에는 중국유학생이 6만 명에 이른데 이들은 앞으로 양국국민정서상의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심화시키는데서 큰 역할을 할 것이지만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내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한중양국 국민들 간의 정서상의 갈등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한중청소년 교류 기금은 반드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유교문화를 승계하고 있는 한국은 효(孝)를 중시한 반면 중국에서는 화(和)를 중시하지만 결국 상통하게 된다면서 이질성을 포용하는 지혜가 유교의 전통에서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토론에서 연설하는 유세희 박사)
한국 측을 대표해서 자유토론에 나선 유세희(柳世熙) 박사(이명박 대통령 통일정책 고문)는 앞으로 한중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중양국이 안보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한국이 안보라고 느끼는 것과 중국이 생각하는 한반도 안보관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한중관계는 국민들 간의 정서갈등문제를 넘어서서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측도 원칙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북 핵을 포기시키는 방식을 놓고서는 아직도 한중간에 감(感)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진정한 우호협력은 정부 간이나 민간을 막론하고 안보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진석(崔珍淅) 서강대 교수는 자유토론시간에 발표한 의견개진에서 한중양국은 事小(사소)의 지혜를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양국 국민들 간의 정서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관계란 상황에 따라 현재 놓여있는 위치에 변화가 일어나는 환위(換位)를 경험하게 된다면서 한중수교 당시 경제력은 한국이 앞섰지만 지금은 중국이 모든 면에서 한국을 앞선다고 상황을 풀이하고 동양철학에서는 항상 앞서거나 우위(優位)에 선자가 뒤지거나 낮은 위치에 있는 자를 섬기는 사소의 덕을 발휘할 때 천하의 민심을 얻어 천하를 얻는다는 맹자의 인자적(仁者的) 군주론을 소개했다. 그는 사소의 지혜는 중국이 앞으로 세계열강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지혜라고 지적하고 힘과 우격다짐으로 패자를 꿈꾸는 서양식 접근법과 구별되는 동양의 지혜가 오늘의 한중관계, 나아가 중국이 지향해야할 국제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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