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통일신문2010년 2월 1일 7면 통일로칼럼으로 전재되었다)
세계는 어느 쪽 주도의 통일에 손을 들어줄 것인가?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새해를 맞으면서 지구 유일의 분단국인 오늘의 한반도의 남북한을 국제사회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반도의 북쪽을 점하고 있는 북한은 지난 해 5월의 제2차 핵실험과 미사일난사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1874호의 제재에 걸려 모든 해공수송수단이 무기 수출의 혐의를 받아 검열의 대상 되고 있다. 중동지역과 태국으로 운송중이던 북한무기는 압수상태에 놓여있다.

                     (르 피가로 지의 한국원전수주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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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면, 한반도의 남쪽인 대한민국은, 북한 제2차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제재결의가 있은 지, 반년 만에, UAE로 총액 400억달러 상당의 원자력 발전(發電)설비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현재 한국은 원자력 발전(發電)에서 세계제5위국이며 그 높은 안전성 때문에 양질의 청정에너지로서 원자력발전설비의 수출전망이 가장 높은 국가들의 반열에 들어 서 있다. 앞으로 중국은 5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발주해야 하며, 터어키, 중동제국에서도 원자력발전소건립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전 세계의 비난을 무릅쓰고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미국의 대북압살정책으로부터 자국방어의 억지력이라는 명분으로 전체인민경제를 희생시킨 가운데 원자력의 살인무기화를 계속 추구하는 동안, 한국은 6.25전쟁의 전후 복구도 채 안된 시점인 1956년 이승만 박사가 구입해준 소형원자로를 밑천으로 하여 원자력연구소를 설립, 연구활동을 지속하면서 국내외에서 다수의 인재를 양성해온 결과 오늘에 와서는 바야흐로 화석원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로서의 원자력발전분야에서 세계수위를 달리는 국가가 되었다.

 

현재 세계라는 관중석에서 한반도를 보면, 북한은 세계최빈국의 하나이면서도 평화파괴의 도구인 핵과 미사일로 주변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세계경제상황개선에서 큰 몫을 맡아야할 중요한 20개국(G20)의 하나로서 금년에는 G20회의의 의장국으로 등장했고, 녹색성장을 부르짖는 기후환경개선의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금 북한은 원자재난, 에너지난,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FP)은 창설이래 특정국가의 식량긴급구호를 위해 1~2년 동안 체류봉사하거나 아니면 4~5년 동안 체류하면서 지원한 일은 있어도 북한처럼 1965년이래 10년이상 부족식량을 채워 주어도 자립되지 않는 나라는 없었다고 Richard Reagan 북한주재 WFP대표는 고백했다.

 

식량이외의 다른 북한지원NGO들도 너무 오랜 기간의 무상지원에 지쳐 원조피로(Donor's Fatigue)를 느낀다면서 이젠 무상원조를 상환일자와 상환계획을 구체적으로 담은 개발원조이외의 다른 대안을 강구할 수 없는 단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한이 살인무기로서의 핵개발에 쏟은 정열과 비용을 식량과 에너지개발에 쏟아 부었다면 오늘의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또 북한이 중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1983년이래 개혁개방에 나섰던들 오늘의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지만 능히 잘 살고도 남을 북한이 이처럼 지구최빈국이 되어 외부의 원조없이는 주민들에게 양식도 나누어 주지도 못하고 탈북현상이 확대되는 국가실패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어느 학자는, 북한이 핵무기개발과 내부통제력이 강한 현실에 비추어 실패국가라기보다는 약체국가(미국 하버드 대학교 Robert Rotberg 교수는 “State Failure and North Korea: A Conceptual Framework”)라고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실패했건 약체이건 간에, 한국전쟁이래 북한을 지배해온 김일성주의에 오늘의 북한 동포들이 겪는 모든 고난의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흔히 국내좌파학자들은 북한의 핵개발을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결과라고 말하지만 이는 북한핵문제를 역사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북한은, “조국통일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휴전일 뿐이며 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통일을 성취하려면 핵탄두로 미국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출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 핵무장에 대한 김일성의 일관된 태도였다 (Nicholas Eberstadt의 미상원 청문회 증언). 따라서, 김일성의 유훈은 핵포기 아닌 핵보유로 보아야 옳다. 오늘의 북한은 김일성의 유훈을 그대로 맹종하고 있다.

 

주석은 한 분 뿐이어야 하기 때문에, 조선노동당이 김일성의 사망을 공식으로 확인하지 않고, 영생불멸의 입장을 고수하는 한, 김정일도, 그 후계자로 거명되는 김정은도 국가주석은 될 수 없다. 핵보유가 김일성의 유훈인 한, 김일성가계가 집권중인 한, 핵포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0년1월11일 김정일은 1957년 김일성이 ‘잇밥에 고깃국 먹고 비단옷에 기와집 짓고 살자는’ 비전을 북한주민들에게 제시했는데 아직도 아버지의 유언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경공업과 농업생산을 강화, 인민생활에 일대전환을 일으키는 새해를 만들자고 했다. 핵실험 1회에 3억 달러, 장거리 미사일발사실험에 3~4억달러 드는 비용을 아끼면 태국쌀 4백만톤은 거뜬히 수입하여 식량난을 덜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선군정치, 세습정치만을 획책하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그러면서도 김정일은 인민의 삶에 깊은 애정을 가진 듯한 이런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나는 북한이 제1차핵실험을 자행한 후 즉시 대북NGO단체대표직을 내던졌지만 내가 방문할 때마다 다음에 올 때 이 약품만은 꼭 좀 구해 오세요라고 부탁하던 그 분은 지금 살았을까, 이 혹한에 병들어 죽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역사를 어떻게 정의하던 역사발전의 중심대열에 서는 국가의 주도하에 이 나라가 통일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을 믿는다. 그런데 세계의 관중석은 오늘의 한국정치를 무어라고 평가할 것인가? 열심히 통일을 준비하는 국가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통일은 나와 무관하다.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이다고 보지는 않을까? 정치의 국격(國格)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면 세계가 우리 쪽으로 손을 들어주는 통일의 기회도 닥아 올 것 같은 희망을 가지면서 새해 새아침의 기지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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