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내일신문 06/09/11이영일칼럼에 약간 수정된 내용으로 게재된 글입니다
대타협의 정치로 국론분열의 위기를 타개하자
한성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이 영 일
지금 정국은 심각한 분열과 갈등의 늪에 빠져있다. 현재 우리가 겪는 국론분열은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통권)의 환수를 주장함으로써 6.25이후 지난 50년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재발을 방지해 온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사실상
해체하려고 시도한데서 비롯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주어진 전작통권을 한국이 환수할 때가 되었으며 “작전통제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요, 자주국방이야말로 주권국가의
꽃“이라면서 전작통권 환수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더라도 한국안보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안보현실을 잘 아는
전직 국방장관들을 비롯한 예비역장교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현 정권의 이러한 주장에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한국이 그것에 의거하여 평화를 누렸던 한미연합사의 해체는
시기, 상황의 어느 모로 보나 한국의 안보보험, 전쟁억제장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통렬히 비판한다.
사실 한미연합사체제는 지난 반세기 이상 北의 大小남침책동과 南의 대북군사반격을 동시에 억제, 남북한의
긴장이 제2의 한국전으로 발전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자주적 주권국가로서의 면모를 세울 때가 바로 지금이라면서 조만간 대미협상을 통해 전작통권 환수를 서두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현재 한국은 GDP세계랭킹 12위의 유엔회원국으로서 연간
수억 달러의 ODA자금을 통해 약소국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나라를 제대로 주권도 행사 못하는 비자주(非自主)국가라고
말할 나라가 북한 말고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또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 전작통권을 한미연합사령관과 공동으로 행사한다고 해서 협력안보가 현실인
오늘의 세계에서 한국의 주권이 제약되었다고 평가받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노 대통령의 명분을 이렇게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현시점의 전작통권 문제는
국가안보적 고려 아닌 국내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자주”개념을 앞세운 정치적 상징조작을 통해 안보문제를 잘 모르는 국민들로부터 전작통권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려고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서 국론이 크게 갈린다.
그러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노 대통령도 말한 바 있거니와 “아무도 합리적 사고로는 그
태도를 예측할 수없는 김정일 정권”이 불시에 미사일도 발사했고 또 핵실험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일진데
현 정부가 과연 전작통권의 한국이관 후에 필연적으로 뒤따를 총체적인 국가안보수요를 제대로 충당할 수 있을 가,또 북한은 터무니없이 그들의 선군정치로 남한이 보는 혜택의
대가를 내놓으라고 한국정부를 윽박지르는데 이러한 사태에도 잘 대처해 낼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는
아직까지 국민들의 이러한 우려에 명확한 비전과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예상되는 국민들의 안보부담증가와 국가선진화를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
한편 미국은 럼스펠드 독트린에 따라 해외주둔미군을 특정지역에 고정배치 시키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이동배치가 용이한 기동군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맥락에서 보면 한미연합사체제는 앞으로 미군의 기동군화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한국의 반발만 없다면 전작통권을 한국에 이양하면서 점차 그 해체를
추진해야 할 형편이었다. 노 대통령의 이 시기를 겨냥한 정치적 선수로서의 전작통권 요구를 미국이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의 국론분열은 내전(內戰)을 연상할 만큼 심각하다. 조속한 극복이 요구된다. 어떤 갈등이나 대립도
양보와 타협에 의해 해결가능하다는 신념위에 민주정치가 성립하는 것이라면 정부는 하루빨리 국민적 합의도출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여야영수회담은 물론 전문가들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필자는 70년대
초에 미국과 중국이 대만문제로 수교협상이 교착되었을 때 키신저 박사가 “원칙에서는 미국이 양보하고 시간에서는
중국이 양보하는” 타협안을 마련, 협상을 타결한 선례가 문득 떠올랐다. 이러한 접근은 국내의 당면현안해결에도 응용될 수 있다. 즉 정부의 전작통권
단독행사라는 원칙에 대해서는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되 그것의 실시시기와 방법에 관해서는 정부가 야당의 주장을 수용하여 대타협을 이루자는 것이다. 이러한
타협이 이루어지면 그다음 한미정상회담과 한미연례안보회의를 통해 전작통권이양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대미협상을 심도 있게 펼치면서 국민의 의사가 협상에
반영되도록 협상대표단에 야당과 비판적인 전문가대표도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결국 원칙에서는 야당이 정부에
양보하고 시기와 방법에서는 정부가 야당에 양보하는 타협을 통해 국론분열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더 이상
국론이 극한으로 갈라지는 것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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