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제재결의가 인도주의에 우선할 수 없다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가 통과된 지 1개월이 가까워오고 있다. 북한이 유엔결의를 전면 거부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회원국들의 제재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물론 결의안을 발의한 일본과 미국이 앞장서겠지만 그러나 이번의 유엔결의는 안보리 15개 회원국의 전원일치로
통과되었기 때문에 북한의 우방인 중국이나 러시아로서도 정부차원에서의 대북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금융지원은 달러화가 국제 사회의 기축통화인 한 북한제재라는 미국의 방침에 맞서 대북협력관계를 유지하거나 협력관계를 개설할 금융기관이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
다. 이 점에서 미국과 일본이 앞장서는 대북제재는 그 심도가 갈수록 강화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간 유엔안보리는 90년대 이후 국제분쟁의 외교적 해결 수단으로 제재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남아프리카 등 일부국가를 제외하고는 성공한 예가 드물고 이라크나 보스니아 등에 대한 경제는
목적달성이 어려워지자 끝내는 전쟁이 제재를 대체했다.
어느 면에서 제재는 군사력사용에 앞선 명분조성수단으로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북한의 경우 이라크나 아이티와는 달리 지정학적 위
치의 특수성 때문에 군사력이 목적달성의 수단으로 선택되기 힘든 상황이다. 북한은 현재 그 효력에 대하여 부정적 담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러(中露)와 군사동맹조약을 맺고 있다. 또 한국역시 북한문제의 군사적 해결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이라크나 아이티에서 처럼 대북한 군사제재를 실천에 옮기기는 결코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엔의 제재는 지금까지의 선례에서 보면 제재가 갖는 정치외교적인 목적이나 명분을 무색케 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우
선 유엔 제재는 단기적으로 보면 대상국가의 정권을 약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강화시키는 계기를 조성했다. 민족주의적 선동이 가능해짐 으로써 대상 국가를 내부적으로 견제할 시민사회-중산층이나 지식인들-를 약화시켰다. 동시에 유엔제재는 해당국가 집권세력에게 주는 피
해보다는 그 정권의 통치를 받는 인민들에게 훨씬 더 큰 고통과 손실을 입혔다.
왜냐하면 경제제재의 경우 물자의 속성이 군수(軍需)와 민수(民需)의 양용(兩用)성을 갖기 때문에 제재의 대상과 내용을 엄격히 세목화하지 않는 한 생필품 등 민수용 원자재의 상당부분이 제재대상에 포함된다. 일본이 북한선박의 일본기항을 불허하면 일본에서의 군수품과 자금조달을 막음과 동시
에 생필품의 입북도 막게 된다.
특히 금융제재는 그 대상을 민수나 군수로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의 숨통을 끊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니세프(UNICEF)조사는 이라크에 대한 1991년〜1998년에 이르는 제재 기간 동안 5세 이하의 어린이 50만 명이 영양실조와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사담 후세인의 정책결정과 전혀 무관한 생명들이
이렇게 희생된 것이다.
이러한 비극이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신념의 경제’로 오래 버텨왔기 때문에 인내의 저력은 강하겠지만 유엔의 경제제재가 강화되고 여기에 엄청난 수해까지 겹치면 결국 집권층보다는 인민수준에서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다.북한경제는 ‘인민군경제’와 ‘인민경제’의 두 섹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경제제재가 가중되면 김정일정권은 ‘인민경제’를 희생시키고 핵개발이나 미사일 등 ‘선군정치’의 근간이 되는 ‘인민군경제’를 한사코 꾸려 나갈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유엔은 제재의 목적달성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부작용의 최소화의 최소화도 배려해야 한다. 우선 결의안에 인도적 물자가 군수물자로 분류되지 않도록 제재해야할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할 것이다. 이번 노무현 정권은
유엔이 제재결의를 하기도 전에 식량, 비료 등 인도 물자의 대북지원을 유보한다고 했다. 북측이 남측의 만류를 무시하고 미사일발사 를 강행한 데 대한 유감의
표시겠지만 결정을 서두른 것은 경륜부족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제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대북지원업무를 대북지원 NGO들에 분담시켜 지속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 북한정권은 북
한주민전체의 반년 분 식량구입에 쓰일 큰 돈을 미사일발사에 날려버리고 WFP의 식량지원제의도 그것이 분배의 투명성을 요구한다고 해
서 거부하고 대한적십자사의 수해(水害)지원마저 마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 동포들이 겪어야하는 처절한 고통과
아픔의 이유를 캐묻기보다그것을 넘어서는 뜨거운 동포애로서 인도적 지원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않지만 그것의 존재는 항상 느껴지기 때문이다
'통일꾼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영일]우선 학계가 응수해야 할 동북공정의 도전 (1) | 2009.02.28 |
---|---|
[이영일]대타협의 정치로 국론분열의 위기를 타개하자 (0) | 2009.02.28 |
[이영일]세계관을 바꾸어야 미래가 보인다 (0) | 2009.02.28 |
[이영일]존치와 폐기의 기로에 선 6.15선언 (0) | 2009.02.27 |
[이영일]안경호의 발언은 사견이 아니다 (0) | 2009.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