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너무 많이 알아도 병일지 모른다. 그간 북한정권의 대남책략을 나름대로 연구 습득하고 공산주의자들의 통일전선공작을 여러
자료로 섭렵하면서 밥벌이해오던 인생의 한 토막이 있었음으로 해서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한차례 불쾌감을 토하고 잊어버리 는 공산주의자의 말 한마디도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습벽이 생긴 것 같다.
지난 6월 10일 북한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약칭 조평통)사무국장 안경호라는 사람이 북한에 대한 남한의 일방적 지원으로 국내에서 퍼주기 논쟁이
일어날 만큼 대북지원이 활성화되고 있는 때 이런 상황에 걸맞지 않는 발언을 준비된 원고를 통해 내뱉었다. 그는 이날 평양 중앙로동자회관에서 진행된 “반일 6.10만세 시위투쟁 80돌 기념
평양시보고회”에서 보고를 통해 "한나라당이 권력의
자리에 올라앉으면 6.15가 날아나고 평양 서울로 가는 길, 금강산
관광길이 막히게 될 것이며 개성공업지구 건설도 전면 중단되고 남녘땅은 물론 온 나라가 미국이 불 지른 전쟁의 화염 속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섬뜩한 발언이다. 이 발언이 월드컵분위기에 덮여 잊혀져가고 있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결코 그냥 넘겨버릴 수없는
중대문제로 보인다.
[북한은 대남통일전선공작을 추구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일견 헛소리 같기도 하고 북측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내뱉는 말 같지만 그것이 보고서라는 준비된 원고로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이 발언내용은 결코 개인의 사견이 아니고 조선노동당의 공식견해라는 점에서 우리는 주목해야하고 그 발언의 내용과 저의를 날카롭게 파헤쳐야 한다.
발언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정권이 취하고 있거나 앞으로 취할 대남책략의 핵심이 그 안에 담겨 있다고 보여 진다.
현재 조평통은 북한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기관으로서 대남통일전선공작을 통해 남한의 강점을 약화시키고 약점을 극대화시켜 남한체제를
흔듦으로써 북한정권주도하에 남한의 親北化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공작기관이다.
안경호는 바로 이 조직의 서기국장이기 때문에 통일전선이론에 비추어보면 남한의 한나라당은 타도해야할 주적(主敵)이며 그 밖의 정당들은 우군(友軍),동 맹세력 또는 부차적(副次敵)이되고 통일전선의 지도부는 조선노동당, 전선(前線)업무의 주관부서로는 북에서는 조평통이고 남에서는 범민련 등 친북단체로서 平澤美軍基地移轉沮止투쟁이나
맥아더銅像撤去운동을 주도한 단체들일 것이다.
돌이켜 보건데 解放政局에서도 당시 공산당은 남한 내의 수많은 정당사회단체중에서 한국 민주당(약칭 韓民黨)만을 주적으로, 타도대상으로 삼아 집중공격하고 여타의 정당들에 대해서는 이를 우군 내지 일시적
동맹세력으로 간주, 일체 공격하지 않았다. 한민당을 공격한 까닭은 한민당만이 남한사회의 구조 속에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세력으로 보았기 때문이었
다.
훈련된 공산주의자들에게는 敵과 同志개념이 우리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즉 우리들은 적이 아니면 동지이지만 공산주의자에게는 동지 가 아닌 한 모두 적이다. 따라서 북한노동당이 현재 한나라당만을 공격하고 다른 정당들을
우군이나 동맹세력으로 간주하여 공격대상에서 빼놓고 있지만 언젠가는 공산당의 동지가 되지 않는 한 그들도 반드시 타도대상이 될 것이다. 타도대상으로
삼는 시간순위만 다를 뿐이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남한의 야당에 대해서 항상 ‘남조선 사회의 일부지배층’으로 정의해 왔다는 사실에 유의해야할 것이다.
[6.15선언은 이미 실효되었다]
안경호 발언에서 두 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6.15가 날아가고 남북교류가 막힌다는 것이다.
우선 6.15선언을 볼 때 그것은 남한사회나 국제사회에서 북한 측이 강조하는 것 만큼 국제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의미를 지닌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첫째로 6.15선언은 그것이 성립되는 과정의 불법성이 특검(特檢)조사로 밝혀져서 김대 중 씨를 제외한 관련자 전원이 사법처리 되었다. 이 때문에 선언자체가 남북관계를 구속할 적법한 선언인지 여부가 아직 국론으로서 결
말이 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
둘째로 내용면에서도 김대중 씨 개인의 3단계통일방안과 북한의 통일방안을 놓고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합의한데 대해서도 국론통일이 전
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셋째로 6.15선언의 제5항에 명시된바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으로 해서 사실상 실효(失效)된 선언이라고 보는 것이 학계의 다수설이다.
다만 이 선언을 담은 문건이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생시킨 부분은 김대중 씨의 노벨평화상 수상결정의 가장 중요한 공적조서로 쓰인 경우다. 이렇게 볼 때 현재 남북한 간에 발전되고 있는 교류
와 협력은 사실 6.15선언과는 무관하며 6.15선언이전에도 이미 대북지원NGO 활동을 비롯해서 정부의 대북식량지원이 지속되어 왔다. 안경호는 6.15선언을 남북교류협력의 유일한 원천인양 주장하면서 한나라당이
6.15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선전하고 있다. 왜일까.
[북한은 한나라당을 적대세력으로 인식한다]
다음으로 안경호 발언에서 주목되는 것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미국이 지른 불로 온 나라가 전쟁의 화염 속에 휩싸인다는 것이 다. 현재의 상황에서 이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북한은 한나라가 집권할
경우 현재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처럼 그들이 녹녹하게 다루기 힘든 정권이라는 인식을 깊이 깔고 있다.
다른 민주국가들 같으면 지자제총선의 결과로 한나라당의 집권전망이 밝아지면 오히려 한나라당과의 관계개선을 적극 시도하고 한나라당 대
표의 북한방문을 제안했을 것이다. 더욱이 북한 측은 지난 지자제총선 때 그들과 연계된 남한 내의 모든 공개, 비공개조직을 총동원하여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도록 강력히
지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현실을 본다면 응당 한나라당에 대한 적대정책을 숨기고 관계개선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정반대의 태도를 취했다. 그들은
民意보다는 革命論理를 따르기 때문이다.
안경호는 남한사회를 분노케 할 발언을 했는데도 남한정부당국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도 받지 않았으며 사과의 말도 않은 채 당당히 광주에서 열린 6.15선언 6주년 행사에 참석했다가 5.18묘지에 헌화하고 큰 소리치면서 북한으로 돌아갔다. 남측의 통일부 장관은 “북쪽 사람들이 여기 와서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이 남한 정부를 도 와주는 것”이라면서 안경호의 튀는
발언의 재발방지만을 주문했던 것이다. 이 대목은 마치 정부가 한나라당을 반대하여 북한노동당과 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왜일까.
[차기대선을 위한 북측 포석으로 보아야 한다]
안경호의 발언은 한마디로 다음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북한 측의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북측은 다음 대선을 反통일보수세력 대 통일평화세력의 대결로 규정하고 남북합의문서로서의 6.15선을 앞세우면서 남한 유권자들에게 공공연히 ‘전쟁을 원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통일과 평화를 원한다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라’고 강요하는 공작을 획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위협수단으로 미사일과 핵 공갈을 빼놓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은 미국이나
주변 강대국의 어느 나라에도 실질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북한이 미사일과 핵을 가지고
불장난을 쳐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는 것은 북 핵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일본의 핵무장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의 핵과 미사일은 오직
남한에 대해서만 위협의 무기로 될 수 있다. 한국정부가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간의 문제일 뿐 한국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판단하고 있다면 이 얼마나 난센스인가.
현시점에서 북한 측은 어느 경우에나 한나라당 같은 보수 세력이 집권할 경우 그 세력은 열린우리당과는 달리 북한의 지지에 정권의 명맥을 유지하는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현 정권 하에서 북이 누리던 모든 특전이 결코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단정하고 한나라당 같은 보수 세력의 집권저지에 死活을 걸고 나설 속셈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안경호 발언에 담긴 진의이다. 이 때문에 나는 마음이 걸린다.
안경호는 북측 통일전선 공작 전문가로서 이러한 협박이 다음 대선에 주효할 수 있다는 전망을 품고 남한 사람들의 각계각층의 태도를 미리 촌탁
해 보기 위해 미친척하고 이런 섬뜩한 발언을 내뱉었던 것이다. 그는 이번 光州에서 도처에 나붙은 반미구호를 담은 벽보나 현수막을 보았을 것이다. 북한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반미구호가 남한의 남쪽지방인 광주의 이곳 저곳에 나붙은 것을 보면서 ‘反美・反한나라 통일전선’공작의 현실적 가능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또 안경호는 자기 자신의 부적절한 돌출발언에도 불구하고 남한당국이 한마디 항의 없이 입국을 허가해주는 유약한 태도를 보면서 그들의 통일전선공작까지도
남한 정부가 묵인해줄 가능성이 있음을 엿보았을 것이다. 또 북으로부터 존립을 위협받는 한나라당의 반응도 생각보다는 심각치 않다는데 안도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안경호는 대남통일전선공작의 성공가능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북한의 통일전선공작은 반드시 실패한다]
그러나 북측이 다음 세 가지 사실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그들의 통일전선공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북한이 지구 최빈국으로서 남한 사람의 어느 누구도 북한체제를 지지하거나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극단적인 반미주의자라도 정신병자가 아닌 한 북한을 동경하지 않는다. 현재
남한 내에서 친북반미활동을 벌리는 당사자일지라도 북한에 가서 살기를 택할 사람이 전무하고 또 일부는 반미운동을 아르바이트차원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그간 북한에서의 김정일 통치가 실패하여 북한을 지구최빈국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 정치난민 아닌 경제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 북한이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참혹한 현실에는 눈을 감고 남한만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전선공작이
통할 수 있을지를 북한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통일전선공작이 성공하려면 우선 이 공작의 지도부가 본받을 만한 업적과 경륜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하고 적어도 김일성주석이 1965년에 발표한바 이른바 남조선해방을 위한 3대혁명역량 중에서 그 첫째가 되는 북한의 사회주의혁명기지화, 바꾸어 말하면 북한이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주도할 역량을 공고히 다지고 비축해야 하는데 오늘의 북한현실은 지구최빈국으로 전락하여 인도적 차원의 외부 구호물자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외면한 통일전선공작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둘째로 북한은 미사일과 핵을 자랑할지 모르나 북한에서는 오히려 그것의 보유가 화근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핵무기나 미사일은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했거나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에서 개발되었다. 결코 산업발전이 뒤져있고 전체인민이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빈곤국가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전례가 없다. 북한이 인민의 희생위에서 개발한 핵과 미사일은 오직 김정일 정권유지를 위한
것일 뿐 다른 어떤 정당성의 명분도 없다. 이 결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북한정권에 대한 외부의 간섭만을
유발,정권유지의 화근은 될 수 있어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북한을 살릴 무기는 될 수는 없다.핵과 미사일을 보유하면 북한정권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고 갈수록
인민의 후생을 돌볼 힘만 줄어들고 내부의 갈등만 분출시키게 될 것이다.
셋째로 국제사회의 대북견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본의 납치공세, 유럽 등 EU국가들의 인권공세, 미국의 PSI를 앞세운 국제적 대북봉쇄공세와
위폐마약공세로 북한정권은 그 존립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안방에서 까지 잘 알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 ‘反美・反한나라 통일전선’공작을 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수작인가.
상황이 이러함에도 안경호의 발언은 나의 마음에 걸린다. 그것은 천지를 모르고 날뛸 맹종분자들이 김정일의 북한에는 아직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항상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월드컵경기를 통해 전 세계의 한인사회는 이제 확실히
대한민국으로 통합되고 있으며 한반도의 국제적 대표성도 대한민국으로 단일화 되어 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북한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통일전선공작은 결국 역이용되어 북한을 망치는 덫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지도층은 방심말고 모두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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