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다시 압록강을 넘어 온다”
최근 중국의 북한정책을 놓고 많은 우려의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북한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되는 과정에 진입했으며 이 추세
로 간다면 북한은 마침내 중국의 동북3성에 추가되는 동북4성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결국 우리의 통일은 물 건 너가고 경제성장과 더불어 정치군사대국의 길을 걷는 중국이 한반도의 일부를 티베트 화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들이다.
중국과 북한관계의 변화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중국학자들이 2004년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우리의 고구려사를 중국의 지방사의 하나로 결론짓는 역사왜곡을 시도 한 바 있는데 국사(國史)학계는 중국의 이러한 태도를 중화(中華)사관의 발로라면서 이웃나라를 침략했던 일본의 황국사관에 진배없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또 다른 근거는 최근 중국과 북한간의 경제협력관계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그간 중국은 북한정권의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과 석유를 원조해왔는데 2005년부터는
갑자기 대북원조를 투자로 전환하면서 대북경협을 크게 확대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여러 성시(省市)에서는 거의 매주 서울의 큰 호텔 연회장을 빌려 투자 설명회를 열고, 한국자본유치에
심혈을 쏟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당장에 구매력도, 실리도 없어 보이는 북한에 중국기업들이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무역에서 중국은 2005년 2월 베이징에 차오화유롄(朝華友聯) 문화교류공사를 설치, 대북무역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결과 1999년의 4억 달러규모를 맴돌던 무역액이 2005년에는 16억
달러로 늘어났고 중국기업들의 대북투자도 적극 권장되고 있다. 2005년 1월 중국 흑룡강 성 하얼빈시에서 열린 ‘조선반도 투자합작설명회’에서는 “중국의 어제가 북한의 오늘이고, 중국의 오늘이 북한의 내일이다”라며 지금이 대북 투자 적기임을 역설했다고
한다. 지난해 발행된 중국 시사지 요망동방주간(膫望東邦週刊)은 “중국이 다시 압록강을 건너다”를 헤드라인으로 뽑고 있는데 이것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중국의 대북한 투자러시를 잘 말해준다.
최근 북한이 겪고 있는 안팎의 위기상황은 중국과의 무역증진과 투자유치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아직도 원자재, 에너 지, 식량 난이 지속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위폐공세, 유럽의 인권공세, 일본의 납치공세에 밀려 존립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
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이외의 다른 출구를 찾기 어렵다.
한편 중국은 현재의 연평균 9%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부족한 자원, 시장 확보를 목표로 경제의 외연 확대를
적극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미일(美日)과의 경쟁상황에도 대처하기 위해서는 3린 정책 즉 안린(安隣:이웃을 안정시키고) 목린(睦隣:이웃과 화목하고)부린(富隣:이웃을 부유하게 한다)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또한 중국은 안보전략상 북한정권의 급작스러운 붕괴방지를 필수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시점에서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긴밀화는 양자 간의 이해일치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학계일각에서는 중국의 대북투자의 정책근거로 2005년 6월에 발표된 중국 국무원 판공청 명의의 36호 문건을 예시한다. 이 문건의 본 명칭은 촉진동북노공업기지진일보확대대외개방적실시의견(促進東北老工業基地進一步擴大對外開放的實施意見)인데 이는 중국이 최근 강 조하고 있는 동북진흥 책 건의안이다. 이러한 건의안 공개와 때를 같이하여 중국의 대북투자가 100만 달러 수준에서 5000만 달러로 크게 늘고 2005년에는 무산철광과 나진항의 50년 임대계약이 맺어지게 되자 저 36호 문건을 바로 동북공정의 경제버전이라고 성급히 결론짓기도 한다.
이러한 결론은 확실한 정보에 근거한다기보다는 문건내용에 대한 유추해석이거나 다분히 과거 역사경험을 응용한 추론이다. 현시점에서 중
국이 북한정권의 붕괴예방을 위해 취하는 일련의 대북지원정책을 한마디로 동북4성편입론으로 비약시키는 것은 무리다. 중국외교의 최근 추세나 전략사상에 비추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문제나 자체개혁문제를 슬기롭게 풀지 못하고 와해의 위기에 빠
질 경우에는 모든 우려들이 현실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이 능력 면에서 북한의 경제회생, 핵
포기,개혁개방을 주도적으로 유도할 수 없는 한 우리는 항상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이글은 내일신문 4월 24일자 이영일칼럼에 전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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