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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체의 대북경협 유보를 선언하라

북한의 핵무장선언과 한국의 선택

북한은 2 10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함과 동시에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장인 6자회담 참가를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북한 외교부가 발표한 이 성명은 유엔회원국으로서의 북한 정부의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이 발표에 담긴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에 책임을 지는 분명한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의 이 성명은 6자회담 참가국 모두에게 외교적으로 큰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장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내외에 누차 입장을 천명한 한국정부를 외교적으로 매우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했다. 왜냐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른바 햇볕정책과 이를 승계한 노무현 정권의 평화번영정책을 통한 대북 경제협력이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지원정책으로 평가받아야 할 상황이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북한외무성 성명이 대미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협상전술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북한의 핵개발의 심각성을 일부러 외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경제부총리들이 선뜻 어렵다는 여론에 동조하지 않고 흔히 우리 경제의 Fundamental이 튼튼하기 때문에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의미의 평가절하라면 일단 시국관리차원에서 그러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선언은 결코 경제의 경기상황판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민족생존의 실존적 도전이기 때문에 모든 분석과 평가와 대처에서 희망론(wishful thinking)을 철저히 배제하고 냉엄히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국내정치권의 태도는 일본의 도요또미 히데요시(
豊臣秀吉)를 만나보고 온 두 사신의 임란고사(壬亂古事)를 연상케 한다. 야당인 한나라 당은 심각한 안보위기를 강조하는데 비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대미협상용 엄포로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초당적 대비태세의 구축이 실로 아쉽다.

현재 한국의 안보외교는 북한 측의 이른바 민족공조요구와 미국의 한미공조요구의 중간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어느 편의 공조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외교적 궁지를 헤매는 것 같다. 노무현대통령은 작년 말 미국과 유럽 순방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세워주는 듯한 발언을 해주었으나 북한은 한국에 한마디의 협의나 통고없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도 한국정부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경우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현재는 거부한다지만 어느 경우에는 한국과의 사전협의 없이 비공식으로 미
북한 양자회담을 가질지도 모른다. 미국은 자신의 힘은 물론 일본 카드, 중국카드가 있으나 우리는 아무 카드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유일한 수단은 한국정부가 원칙에 충실 하는 것이다. 우리가 남북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 목표가 깨졌을 때, 또 노무현대통령이 강조한 북핵 불용 입장을 북한이 어겼을 때 한국이 취할 원칙적인 입장은 무엇인가. 그것은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한 협상을 거부하고 핵무장을 고집하는 한 한국은 정부수준에서의 일체의 대북 경협(민간 NGO들이 중심이 인도적 차원?대북지원은 별개)을 유보할 것임을 명백히 선언하는 것이다. 즉 북 핵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힌 대통령의 입장이 대북 화해와 협력의 중요한 조건임을 행동으로 분명히 보여야 할 때다.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야말로 햇볕정책의 효용을 기대하기 가장 어려운, 기대 불가능한 상대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햇볕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던 우리의 안보외교태세를 새롭게 점검하고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을 정부가 그대로 지원한다면 역사는 그것을 지원이 아닌 조공(
朝貢)으로 평가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북 핵 포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일전불사(一戰不辭)의 결연한 자세를 굳히는 것만이 당면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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