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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살아남을 것인가

2005
2 3일 민주당은 혹한의 추위속에서 제4차전당대회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끝마쳤다. 이 자리에서 당대표로 한화갑 의원이 압도적 지지로 선출되었고 민주당을 수호하기위해 어느 당과도 합당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이른바 합당반대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전당대회장을 가득 채운 대의원들의 수효나 현장에서 조성된 열기를 보면 민주당이 조만간 3
4% 낮은 지지율을 극복할 것 같았다. 또 그러한 기대와 전망을 안고 참석한 당원들도 적잖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화갑 대표는 민주당은 변해야 살며 무엇보다도 당대표인 자기가 먼저 변해야 산다고 역설했다. 한 대표의 연설에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그러나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방향제시는 없었다.
이 날 전당대회는 외관상 대 성공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을 오래동안 지켜본 사람의 입장에서 이 행사를 평가한다면 평화민주당이나 새정치국민회의의 전당대회를 그대로 재연한 이벤트였다. 대의원과 단상에 좌정한 면면들이 다소 수는 줄었지만 그대로였다. 다만 다른 것은 평화민주당이나 새정치국민회의에는 언제라도 20%이상의 국민지지를 조달할 수 있는 카리스마적 지도자(김대중씨)가 있었는데 비해 이 대회에는 그러한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즉 경쟁력있는 대통령 후보를 갖지 못한 정당대회였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경선에 나선 김상현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전 국무총리 고건씨를 영입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을 고건씨가 수용할 가능성을 내다보기는 결코 쉽지않다. 김상현 후보의 소위 자기 역할 과시용 같은 주장처럼 들린다.
이날 전당대회에 모인 민주당원들은 새로 충원된 당원들이라기보다는 과거부터 민주당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99%였다. 평민당이나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영입되어 간 당원을 뺀 광주, 전남지역의 민주당원이 대부분이었고 나머지는 열린우리당으로 영입되지 않고 있는 일부 비호남당원들이었다. 이들 모두는 김대중 대통령 같은 카리스마가 없고 지역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민주당의 한계인 것을 알지만 한화갑 대표가 이런 한계를 극복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고 경쟁력있는 대통령 후보를 당이 영입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당원들은 아직도 김대중 대통령이 생존해 계시고 광주, 전남에서 열린우리당의 인기가 하강하고 있는 추세로 보아 올봄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나 내년 지자제선거에서 민주당의 추천을 받으면 유리할 것이라는 타산에서 민주당의 기치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 같다. 내년 지자제선거에서 광주와 전남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민주당의 지지도가 현재보다 더 높아질 것인가. 작년 전남지사선거와 전남 2개지역의 군수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지역당으로서 잔명을 부지하는 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얼마나 차가운 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민주당의 살길은 무엇인가.
첫째 지역당으로서 잔명을 부지하려는 사고의 청산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영호남 화합을 위해 고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고문직을 맡았던 선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영호남갈등을 조장하여 호남에서 정치적 취리를 했던 잘못된 유산을 당존립의 자산으로 삼지 말고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했던 과거청산을 위한 정치적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 경쟁력있는 대통령후보를 만들거나 영입하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선거는 뒤이어 국회의원선거가 행해지기 때문에 훌륭하고 경쟁력있는 대통령 후보를 갖지 못한 정당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 호남을 무대로 생장해온 민주당의 정치전통을 지키려면 당지도부가 사심을 버리고 무엇이 생존의 길인가를 통찰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셋째 추상적인 국가이익보다는 구체적인 국민이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당의 정강정책을 전면 개정하여야 한다. 국가이익앞에 국민이익을 종속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에는 국민이익의 총화가 국익으로 정의되는 시대인만큼 허황한 구호를 나열하는 정강정책의 전면폐지가 요구된다. 민주당은 이상과 같은 작업에 충실하지 않는 한 제 4차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당원들의 뜨거운 열기를 당재건의 활력으로 승화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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