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글은 2010년10월 26일 오후 19시 서울 팔레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창립 27주년 기념식에서 한중문화협회 이영일 총재가 행한 강의노트이다 |
1.중국의 두 얼굴
가. 두렵고 우려스러운 모습
중국은 자기 나라의 국익, 특히 중국정부가 핵심적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항상 일전불사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초기에는 등소평의 지시에 따라 韜光養晦의 원칙에 따라 강경대응을 자제했으나 GDP총량이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한 후부터, 특히 미국 발 금융위기이후 중국경제가 세계 제1의 성장세를 과시하면서부터는 韜光養晦 아닌 패권국가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東支那해에서의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보이는 중국의 태도는 패권추구 국가의 모습에 틀림없다.
한국도 2000년 중국과의 마늘분쟁을 일으켰다가 중국의 강경한 대응으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당시 한국은 마늘 수입을 898만 달러(1999년 기준)정도를 제한했는데 이에 비해 중국은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대중국 수출액은 각각 4,140만 달러, 4억7,130만 달러로 총 5억1,300만 달러의 수입제한조치를 부과했다. 당시는 중국의 WTO가입전이기 때문에 呼訴無處였다. 지금도 강대국이 위반하는 무역규칙 위반은 사실상 국제정치에서 실효가 없기는 매 한가지다.
나. 기회의 땅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지난 30년 동안 고도성장을 유지해왔고 미국 발 금융위기이후에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마침내 일본을 재끼고 세계랭킹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동시에 구매력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10,000달러 이상의 개인 소득을 가진 인구가 전체인구의 15%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는 불확실)
수출입국을 기조로 하는 한국을 위해서는 중국이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현재도 매일 1억 달러 가량의 흑자를 내고 있다. 흑자를 낸 만큼 중국경제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도 높아지지만 그것 없이는 금융위기이후 한국의 위기탈출이 힘들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시장이다. 지금은 고구려의 옛 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구려 옛 땅 보다 더 넓은 시장이 우리에게 필요함을 생각할 때 중국 같은 세계의 시장(과거에는 공장)을 咫尺에 두고 있다는 점은 한국경제의 축복이다.
2. 중국의 인근국가정책을 살펴보자
가. 국경관념
중국은 國境을 內境과 外境으로 구분하는 태도를 역사적으로 지녀왔다. 내경 이라함은 현재 우리가 국제법상으로 말하는 국경을 말한다. 그러나 외경은 역사적으로 중국에 조공을 바쳤거나 왕위획득이나 계승 시 중국황제의 冊封절차를 밟았던 국가들의 영토를 말한다. 베트남, 미얀마, 조선, 몽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외경국가에 대해서는 말로는 주권평등이라지만 내심에서는 자기들이 우위에 선다는 우월의식을 부지불식간에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대중국외교와 거래상의 어려움이 있다.
베트남은 전쟁을 통해 주권평등을 확보했고 한국은 한미방위동맹과 그간의 경제발전으로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내면에는 아직도 우월의식이 깊이 깔려있고 그것이 경제력이 강화되면서부터 나날이 밖으로 표출되어 나오고 있다. 북한을 중국이 보호하고 나서는 이면에는 외경을 보호한다는 관념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나. 외자유치정책
중국이 한국과 다른 점은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점이다. 한국은 제1차부터 3차에 걸치는 경제개발5개년계획과정에서 외자를 국가채무보증으로 유치했지만 중국은 FTI, 즉 정부 채무보증 없이 외자를 직접유치하고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합작방식을 취했다. 등소평은 이 전략이 三國志의 赤壁大戰에서 諸葛孔明이 지푸라기를 가득 채운 배를 밤중에 曹操진영으로 몰고 들어가 그 진영에서 쏘아대는 화살 10만개를 빼오는 이른바 草船借箭에 비유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남의 돈으로 경제개발을 추진, 성장 동력을 갖춘 후부터는 외자도입조건을 갈수록 까다롭게 하면서 기술도입을 보장하는 외자도입정책을 내밀고 있다. 이제 세계 각국은 중국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자본제공은 물론이거니와 기술까지 제공하면서 중국경제에 자신들의 미래를 내맡기는 상황이 되었다.
레닌이 자본가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자기들의 목에 달 밧줄까지 수출할 것이라고 말한 명언을 연상시킨다.
이제 중국은 미국이나 WTO나 선진국들이 만든 무역규칙, 외교규칙을 따르는 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규칙을 제정하는(Rule Maker) 지경에 이르렀다.
한 중국 학자는 중국이 요즘들어 오만해졌다는 평에 대해 중국을 중국의 국격에 맞게 대우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오마한 중국이 아니지만 중국을 국격이하로 보는 사람들의 눈에만 오만하게 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국격을 재는 기준은 중국인들 자신이기 때문에 이 말이 갖는 함의를 우리는 잘 촌탁해야 할 것이다.
다. 외자 유치하는 자와 뺏는 자
중국의 지방자치단체는 한국과는 달리 상당한 수준의 자치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자치단체는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 23개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통틀어 말하면 중국경제규모는 한국경제규모 정도의 경제덩어리가 32개 뭉쳐있다고 보아 틀림없다.
이들 자치단체 장들은 경쟁적으로 외자를 유치하는데 앞장선다. 省내의 市級 단체장들이 외자를 유치하더라도 省長이 직접 나가서 환영해주고 만찬도 베풀어 주면서 외자유치를 성원한다.
외자유치협상 기간 중에는 투자자를 최고의 국빈으로 대접하지만 일단 투자협정이 체결되고 나면 그 투자자는 중국의 평범한 기업가수준으로 위치가 격하된다. 혹자는 하느님에서 사람으로 내려올 만큼 대우가 갑자기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자기업가에게 중국의 경제법, 세법 등의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압력을 가하고 여기에 불응하거나 요구충족에 미흡하면 결국 기업을 포기하고 나가게 만든다. 외자를 유치하는 단체장과 투자된 외자기업체의 약점을 적출하여 내쫓는 단체장이 있다 이들은 A지역에서는 유치자요 B지역에서는 외자기업체를 중국에서 포기하고 나가도록 압력을 가하는 자의 역할을 한다.
중국에는 단체장을 선거로 뽑지 않는다. 중앙당이 부여한 목표달성여부가 승진과 전보와 퇴진의 기준이 되는 국가이다. 촌장만은 선출하고 국가주석은 150여명가량의 정치국원, 당 원로, 중앙위원회 일부, 고위지방자치단체장 등 최고당직자들이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서 만장일치 투표로 선출한다.
미국의 존 나이스 비트는 그가 쓴 "메가트랜드 차이나"에서 이를 垂直的 民主主義라고 한다. 나는 수직적 민주주의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러나 나이스비트의 견해는 현 중국지도부를 향한 최대의 찬사일 것이다.어쩌면 한국인들도 나이스비트와 같은 찬사를 쓸줄 알아야 할 것이다.
중국지방자치단체의 간부들은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갖지 못한 상태에서 노임이 싼 것만 보고 덥석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날리고 심지어는 맨몸으로 중국을 빠져 나오는 사람들도 적잖다.
이들은 애당초 중국에 투자할 자격이 없는 기업이었다. 중국에 투자했다가 그나마 자기 밑천을 송두리채 날리는 어리석음은 누구탓도 아닌 자기 탓이다. 百究一投(백번 연구한 후에 한 푼이라도 투자하라)가 필요한 나라이다.
특히 中國語를 모르면 중국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중간에 朝鮮族 通譯을 앞세우고 사업하면 성공할 확률이 너무 낮다. 자기가 중국어를 하거나 자기 한국인 직원이 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조건에서만 투자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중국정치의 금후의 전망
요즈음 원자바오 총리의 중국민주화발언으로 중국정치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없지않다. 그러나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은 多黨制나 삼권분립같은 西方式 의미의 대의정치를 향한 개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당직이나 공직임명에 있어서 투명성을 높이는 문제, 파벌간의 안배 위주 인사의 개선 등 국가충원제도의 결함이나 공평성확대에 역점이 두어질 것 같고 나아가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입법기능을 강화하고 법치의 강화에 역점을 두는 개혁이 아닐까 생각된다.
2012년 중국에서는 공산당 18차 당대회를 통하여 리더십 교체가 행해질 것이다. 현지도부가 대거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지도부의모습은 현재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브르킹스연구소 중국문제연구소 李成주임은 시진핑(習近平)으로 대표되는 소위 태자당 그룹과 리커창(李克强)으로 대표되는 퇀파이(團派)간의 연립정부가 출현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시진핑 그룹에는 해외유학파, 고급 관료, 성공한 사업가(新紅資), 군부가 중심축을 이루는 반면 리커창 파에는 지방당의 간부들, 전국인민대표대의원, 소상인, 공산주의 청년단 출신의 후진타오 직계파 당료들이 중심이 되어 사실상 연립정부(Coalition)가 출현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 중국은 일당독재이기 때문에 일본자민당처럼 당내 파벌들 간의 협력과 견제로 국정을 운영하는 수준까지는 가지않더라도 통치의 양상이나 운영형태상 변화가 예상되며 대북정책도 현재와 같은 보조일치가 힘들어 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경제정책도 현실화되며 해외파들이 정책결정의 요직을 장악하면서 중국의 대내외정책이 현재보다 훨씬 합리화될 것이다.
앞으로 통일안보를 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한중협력은 한미협력에 못지않게 중요한다. 중국을 좀 더 깊이 연구하고 한중관계를 발전시킬 지혜를 발현하는 것이 우리들과 우리 자손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중국을 우리의 안전한 시장으로 만들려면
한중관계를 개성발전시키는 방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 유학와 있는 8만4000명의 중국유학생을 친한파 내지 지한파로 만드는 것이다. 또 한구에 근로자로 나와 일하는 40만 노동자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지방의 경우 중국유학생을 정원미달을 채우는 대상으로, 수도권대학들의 경우 과외TO로 받아들여 수입을 늘리는 대상으로 삼는다면 올바를 유학정책이 아니다. 이들의 한국어 수준을 수시 점검하여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 올리면서 한국에 유학 왔기 때문에 자기 인생의 새 지평이 열리게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챙기는 배려가 필요하다.
노동자들에게도 사랑과 인정을 베풀어 다른 나라아닌 한국에서 노동했기 때문에 이만큼 가치와 보람을 창조하게 되었다고 자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잘 관리된 유학생들과 노동자들이 귀국하게 되면 중국의 전 지역은 한국을 위한 시장으로 변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대학들과 기업들이 지금까지 옳은 중구유학생정책을 펴왔는가, 중국노동자들을 인간적으로 관리해 왔는가를 반성해야 할 때이다.
오늘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선후배들이 모인 자리에서 행한 제 짧은 특강이 중국을 우리의 친구로 만들고, 안전한 시장으로 바꾸어 나가는 일에 보탬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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