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제2기 체제의 전망과 한국의 대응

--해양국가노선이 우리의 출구이다.(헌정지 2017년 10월호)

 

이 영 일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11,12,15대 국회의원 역임)

 

1.들어가면서

 

중국은 오는 1018일 제19차 당 대회를 가짐으로 해서 당 총서기에 연임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역사의 새로운 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의 중국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진핑 주석이 중국공산당 창당이후 모택동(毛澤東)전 주석에 버금가는 막강한 지도력을 행사할 인물로 평가한다. 중국현대사에서 영향력이 컸던 지도자를 손꼽으라면 누구나 모택동과 등소평(鄧小平)을 들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중국인민들로부터 추앙받거나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그들이 각기 이룩한 업적 때문이다. 그러나 제19차 당 대회에서 제2기 당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 주석은 모택동이나 등소평에 견줄만한 업적이 없다. 그러나 그의 카리스마는 모택동이나 등소평에 못지않다. 그러면 무엇이 시진핑 주석을 이렇게 강력한 리더로 부상시키고 있는가. 이하에서 시진핑 주석이 누리는 카리스마의 근거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19차 당 대회 이후를 전망해보고 한국의 대응방도를 모색하기로 한다.

 

2.시진핑 리더십의 정치명분

 

19차 중국공산당 대회가 시진핑에게 공식적으로 맡긴 과업은 공산당이 인민들에게 제시한 이른바 두 개의 100, 즉 당 창건 100주년(19212021)을 성과 있게 마무리하고 건국100주년(19492049)과업의 토대를 착실히 다져서 차기지도자에게 넘기는 일이다. 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국민들의 의식주문제를 해결한 샤오캉(小康)시대를 넘어서서 선진화의 혜택을 전체 인민들이 누리게 하는 더 높은 단계의 샤오캉 시대로 국가의 발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시진핑이 누리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명분은 이런 공식적인 당 공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진핑은 5년 전 국가주석에 취임하면서 대내외를 향하여 위대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외쳤다. 시진핑은 중국이 서구열강에 짓밟히던 100년의 한을 풀고 다시금 중국을 세계정치지도국의 반열(패권국가의 지위회복)에 올려놓겠다는 큰 꿈과 포부를 피력, 국민적 공감과 기대를 끌어낸 것이다. 이같은 포부천명에 이어 그는 앞으로 중국민족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등소평이 강조한 도광양회(韜光養晦-중국이 발톱을 내보이지 않고 음지에서 힘을 기르자-)의 궤도에서 벗어나 중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 맞는 영향력과 발언권을 세계정치에서 행사해야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중국의 경제력이 G2반열에 오르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국력이 침체하자 그간 개발도상국처럼 행세해온 중국의 외교를 강대국 형으로 급속히 바꾸면서 세계정치에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신형대국관계 형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동시에 그는 서방이 자기들의 편익을 위해 만들어 낸 국제규범과 관행은 존중은 하지만 거기에 일방적으로 매이지 않고 세계인구 5분의 1을 점하는 중국의 요구와 필요에 맞는 규범과 제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중국공산당은 이렇게 큰 포부와 목표를 가진 지도자가 일을 잘 추진해나가도록 그에게 강한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에서 모택동이 누렸던 수준의 권한과 호칭을 부여했다. 우선 시진핑을 모택동처럼 인민해방군에게 훈시(訓示)하는 지도자로 격상시켰다. 이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그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이러한 상황에서 조성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지지를 배경으로 내치에서는 중국공산당의 가장 큰 병폐인 부정부패척결을 과감히 단행했다. 인민들은 그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냈고 지지는 상승했다. 군부에 대해서도 과감한 부패척결과 인사쇄신을 단행했다. 당 기율검사위원회를 앞세운 부패척결은 질과 양면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그는 외치(外治)에서도 다른 지도자들과 구별되는 비전을 제시했다. 유럽과 아시아대륙을 해상과 육상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보(一帶一路) 구상을 내놓고 이를 물질적으로 뒷받침할 금융기구로 아시아 인프라 투자개발은행(AIIB) 창설을 주도했다. 바야흐로 해양실크로드와 대륙 실크로드로 불리우는 일대일로는 중국의 새로운 발전비전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이처럼 그의 꿈과 포부를 국민적 기대에 일치시킴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3. 넓어진 전선과 갈등상황

 

. 대내적 갈등요인

시진핑은 그의 강한 리더십에 못지않게 그를 향한 도전도 만만치 않다. 반부패투쟁은 인민들의 지지는 받지만 중국을 이끌어가는 공산당 내에서는 오히려 반발이 거세다. 서방세계처럼 중국이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를 채택하고 있다면 반부패투쟁에 대한 당내외의 지지가 다를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당 적(黨的) 필요에 따라 유죄가 무죄가 되고 무죄가 유죄가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시진핑이 아무리 의법치국(依法治國)을 강조해도 당내에서는 부패척결을 정적(政敵)제거의 수단으로 밖에 평가하지 않는다. 중국공산당의 부정부패는 너무 보편화되어 있어서 당 기율검사위원회가 호출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 순간부터 부패분자가 되고 만다. 이래서 반부패전선은 인민들의 갈채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내부의 심각한 분열의 씨앗이 된다. 이와 연계되는 맥락에서 지역 간, 계층 간에 확대되고 있는 격차와 불평등도 시진핑이 외면할 수 없는 도전적 과제다. 대내적으로 문제되는 또 다른 전선은 신장위구르 지역의 독립운동과 민주화를 향한 정치개혁요구다.

이러한 갈등과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시진핑은 인민해방군 예산보다 더 많은 공안예산을 편성하고 지구 최고수준으로 인터넷 등 SNS를 통제하며 노벨평화상을 받은 류사오보 등 중국민주화를 부르짖는 세력들을 국가반역분자로 가차 없이 처단한다.

 

. 대외적 갈등요인

대외적으로 중국이 당면한 갈등요소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여러 나라들과 벌이는 영토분쟁이다. 앞으로 이러한 해양영토분쟁은 자칫 미중 간에 군사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서양국제법이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주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대만문제역시 현시점에서 시진핑이 피해갈 수 없는 전선의 하나이며 특히 중국이 그 존속을 오래 동안 지원해온 북한의 핵문제역시 시진핑이 풀어나가지 않을 수 없는 전선이 되고 있다. 또 일도일로사업도 겉보기와는 달리 어려움이 중첩된다. 인도와 중국의 갈등 때문에 해양실크로드는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륙실크로드는 카자크스탄이 독자노선을 천명하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력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AIIB를 포함한 일대일로사업의 진로를 평탄케 할 수없다. 이점에서 시진핑은 야심과 포부는 크지만 장쩌민이나 후진타오시대보다 훨씬 많은 전선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시진핑 외교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주변국 정책이다. 그는 주변국들을 운명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추키면서 친성혜용(親誠惠容)의 자세로 주변국들과 공생 공영할 것을 제창했다. 그러나 중국의 국력이 G2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시진핑의 태도는 달려졌다. 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중국이 패자(覇者)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2015521일 샹하이에서 열린 CICA총회(아시아신뢰구축 및 상호교류회의)에서 아시아 집단안보구상을 피력, 그의 포부의 일단을 들어냈다. 아시아 집단안보구상은 이를 쉽게 풀이하면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중국주도로 아시아 안보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 연설을 계기로 중국은 자기들이 운명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정의한 주변 국가들이 중국의 대미안보정책에 역행(逆行)하는 정책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일으키는 영토분쟁이나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해 보이는 강경보복이 중국의 대주변국 정책의 변화를 웅변한다. 중국이 말하는 운명공동체란 결국 중국판 핀랜드화(Finlandization)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시진핑은 자기 이전의 지도자들이 관리했던 2~3개의 전선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7~8개의 많은 전선(戰線)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그의 리더십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약점도 지니고 있다.

 

4. 전망과 한국의 대응

 

. 시진핑 체제의 전망

 

오는 제19차 중국공산당 대회는 시진핑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그를 제2(2018-2022)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할 것이다. 중국의 당과 국가운영에 영향력을 미치는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계의 인물들은 배제되고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운영에 협력하는 충성분자 중심으로 시진핑 1인위주의 당국가체제가 정비될 것이다.

중국은 그간 여시구진(與時具進)의 구호아래 상황변동에 걸맞게 변신해왔다. 그러나 중국정치의 과제는 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모택동은 공산당이 인민에게 빵만 잘 배급하는 것으로 인민을 다스릴 수 있었다. 등소평의 중국은 일자리만 주면 인민들이 따라주는 나라였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은 인민들이 돈과 식량과 정보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공산당이 확보해나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SNS를 통제하고 민주화요구를 짓누르는 공안 통치도 그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 중국의 부정부패는 페이 민싱(Minxing Pei)이 그의 끼리끼리 해먹는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에서 설파하고 있듯이 생활화,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발본색원은 일당독재를 지향하는 공산당이 있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또 중국경제도 10%대 이상의 성장을 과시하던 고도성장시대는 끝났다. 저성장이 일반화하는 뉴노말(New Normal)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쇠퇴하는 미국’(Declining America)굴기하는 중국(Rising China)”이라는 가정(假定)위에 세워진 시진핑의 대외정책이 곧장 성과를 올릴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쇠퇴해야할 미국경제는 자본주의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빨리 2008년의 세계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세일가스 개발로 경제 활력 되찾았다. 고용이 증진되고 재 약진의 추세가 역력하다. 달러화의 영향력은 아직도 막강하다. 앞으로 시진핑의 제2기 체제하에서 중국의 국력이 더 크게 확대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그의 내치외교 면에서는 아직도 막강한 공산당의 조직력과 공안 통치를 통해 안정 기조를 지켜나갈 것이다.

 

. 한국의 대응

우리는 사드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의 민낯을 보았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벌이는 중국의 영토분쟁에서도 중국이 말하는 중국민족의 위대한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시아 국가들도 제대로 체득했다. 따라서 앞으로 시진핑의 대주변국 정책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그간 중국이 운명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부르던 주변국들이 중국의 핀랜드(Finlandization)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미국이나 서방국가들과 연대하면서 자국의 자율성을 높이고 안보주권을 수호하는 태세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또 국제법이 보장하는 자국의 영토를 G2로 평가되는 중국의 힘에 밀려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틸 것이다. 지금 동중국해에서는 센카쿠 열도(釣魚島)문제를 놓고 일본과 중국 간에는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중국에 대해 보이는 단호한 자세는 중국의 주변국외교정책의 실패를 입증한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해 보이는 간섭과 경제보복은 안보주권의 침해가 분명하다. 이러한 태도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그간 학계를 앞세워 시도해왔던 동북공정이나 서남공정이 단순한 학술연구차원을 넘어서서 시진핑의 동아시아 패자추구의 영향권을 그리는 작동이었음이 점차 밝혀지고는 있다. 특히 시진핑은 지난 4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를 과거 중국의 속방(屬邦)이었다고 말했던 것으로 보아 조만간 황해바다를 한국의 영해아닌 자국의 내해로 주장하거나 이어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우기는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한중간에는 수교가 2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황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영해범위와 EEZ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어부들의 어로침략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현시점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릴 상황이다. 중국이 자기들의 편의에 따라 자기들만 그 의미를 알고 해석하면서 만든 양자관계, 즉 협력적 동반자관계라거나 전략적 동반자관계라는 고리를 붙들고 어정쩡하게 경제교역을 하면서 안보주권행사를 제약받는 대륙지향국가로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해양세력의 대륙진출 교두보로서 한국의 지정학적 운명을 재정의(再定義)하고 미국 등 서방민주국가들과 제휴하면서 국가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인가를 결단해야할 시점에 왔다. 대륙세력의 꼬리가 되느냐 해양세력의 대륙진출의 교두보가 되느냐 중에서 택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대륙 국가를 지향할 때는 항상 가난한 약소국가였다. 강대국인 중국을 섬기고 살아야 했다. 다행히 우리는 해방 후 해양국가노선, 자유민주국가노선을 추구하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발전을 추진, 세계 랭킹 10위를 넘나드는 국가발전을 이룩했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경제, 문화, 기술, 학문적으로 중국을 섬길 이유가 없다. 중국은 우리에게 시장이 큰 나라로서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점에서 교역과 거래는 적극 추구해야 하지만 예날처럼 배우고 섬길 나라는 아니다. 국제법과 시장(市場)을 존중하는 국가들과 어울리는 해양국가노선으로 우리나라의 진로를 결단해야 할 때다. 바야흐로 문재인 정권은 중국의 허장성세 심리전에 압도되어 탈미자주(脫美自主)를 부르짖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용미자주(用美自主)를 추구하는 해양국가의 길로 나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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