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일 저 햇볕정책의 종언 서평
이글은 2008년 6월 2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영일 저 햇볕정책의 종언 출판기념회에서 행한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며 전 서울 교육대학교 총장 李澤徽박사의 書評입니다 이글은 2011년 국제문제6월호가 게재했다(pp114-116) |
우리나라 통일문제 전문가의 한분이신 이영일 박사가 그간 통일정책을 실무적으로 다루었던 경험과 또 한민족복지재단의 공동대표로서 여섯 차례 북한지역을 방문했던 경험, 그리고 정치권을 떠난 후 대학의 초빙교수로서 국제관계와 북한학을 강의해 온 경험들을 모아 [햇볕정책의 종언]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면서 한반도에서의 남북긴장을 완화시키는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은 지지하지만 그러나 일방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북한정권만을 지원하여 소위 북한의 先軍정치의 時效만을 연장시키고 주민들의 삶과 인권에는 눈을 가리는 정책, 돈으로 평화를 사려는 조공적(朝貢的) 대북정책으로 전락한 햇볕정책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지에서 햇볕정책의 종언을 책의 제1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제2장에서는 21세기의 현 상황을 전제로 한반도에서 가능한 통일방향을 새롭게 모색하는 저자 나름의 독창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재통일(再統一)보다는《새통일(New Unification)》을 제시하면서 오늘의 한반도위에 선진화된 새 민족국가를 창건하는 것이 새 통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3장과 4장에서는 한미동맹과 북 핵문제, 북 핵의 국제정치와 남북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면서 저자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또 제5장에서는 그의 북한방문기를 리얼하게 정리 제시하면서 앞에서 밝힌 자기 정책노선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읽을수록 흥미진진한 북한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자기의 주장이 사변적이 아닌 실천적 경험의 산물임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맨 끝으로 남북한 관계의 상황변동시마다 그가 언론에 발표한 정책방향을 간추려 담고 있으며 남북한문제에 관련된 현안과 비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서술입니다.
특히 이 책은 결론부분에서 흥미 있으면서도 주목할만한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흔히 햇볕정책은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창안한 것처럼 알려졌습니다만 이영일 박사는 그러나 햇볕정책의 시초는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에 포괄적으로 담겨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의 정책은 햇볕정책이라기 보다는 국제정치학의 이론에서 말하는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이며 이 정책의 핵심은 상호주의를 전제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남북한기본합의서가 도출될 수 있었고 한반도비핵화선언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국제정치의 이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치적 구호이며 포용정책과 비슷한 외양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상호주의의 관점이 배제되거나 약화됨으로 해서 대북 조공정책으로 비난받을 소지를 담고 있다고 저자는 논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북한이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내민 경제지원요구를 무조건 수락했습니다. 10억 달러가 넘는 현찰지원요구를 그냥 받아들인 것입니다. 모든 경제지원, 특히 개발원조에서 요구되는 사업목적이나 추진계획에 대해 한마디 묻지 않고 사용목적도 없이 달라는 대로 거금을 현찰로 지원하였습니다. 결국 김정일은 김대중 대통령이 6.15선언을 명분으로 노벨상을 타는 대신 김정일은 남측에서 받은 거금으로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핵실험을 자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난사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김대중 식 햇볕정책은 그 효용이 소멸 되었으며 또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로 말미암아 햇볕정책도 그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지금 남북한 간에는 김대중 식 햇볕정책의 부산물인 6.15선언을 놓고 북측은 이명박 정부가 6.15선언과 10.4공동선언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6.15선언은 남북한의 의사가 공유된 합의문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성립되는 상황이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라도 수용함으로써 모처럼 열린 정상회담이 무위로 끝난 회담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할 김대중 대통령 측의 절박한 필요성(노벨상 관련)때문에 북측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 측이 북에 요구 할 사항은 김정일이 한국을 답방했을 때 제기할 심산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요구를 선언 제5항에 포함시켰던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15선언에 한반도 평화유지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은 김대중과 임동원은 평양에서 돌아온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땅에서 전쟁의 위험성은 영원히 사라졌다”,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 통일이후에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을 양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전 국민을 기만한 엄청난 거짓말이었음이 후에 밝혀졌습니다.
김정일은 6.15선언에 명시된 제5항의 서울 답방약속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입북조차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6.15선언은 북측의 입장만을 담은 반쪽 선언이기 때문에 남북한 모두가 존중, 승계할 선언이라고 볼 수 없고 북측의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에 와서 남측의 입장을 수용하는 선언이 나올 때 비로소 남북한 모두에게 의미 있는 선언으로 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점은 10.4선언도 마찬가지라고 이 박사는 책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또 남북정상회담의 경우도 김대중 대통령 때 성사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시작은 김영삼 대통령 때 제의된 것이고 김일성 주석이 수용할 뜻을 미국의 카터대통령의 방북 시 밝혔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실무접촉기간 중에 김일성 주석이 사망함으로써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거액의 현찰지원, 입북료(入北料)를 북측이 요구하지 않았던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간에 열린 정상회담과는 격과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 남북한 관계의 현실은 지난날의 회고보다는 당면한 현안과 미래를 내다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때임을 지적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적극 돕겠다는 정책제안은 시의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비핵화가 남북협력의 전제나 조건이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영일 박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서 북한은 남북한 간의 최초의 비핵화합의인 1992년의 비핵화선언을 2006년 10월 일방적으로 핵실험을 단행, 위반, 유린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6자회담을 통한 2.13 합의와 9.19성명에서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원칙적으로 비핵화를 수용했기 때문에 현재 한반도는 긴 눈으로 볼 때 비핵화의 정치과정에 진입했다면서 6자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시점의 남북협력은 비핵화의 연계조건이 아니라 비핵화와 남북협력을 동시에 병행시켜야 한다는 병행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중심의 국제적인 노력과 남북협력이 병행해 나갈 때 궁극적인 비핵화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은 차관으로 되어서는 안 되고 무상지원이어야 한다면서 과거 정권이 퍼주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대북 쌀 차관을 실시한 것은 북한 동포에게 가야할 쌀이 군량미로 변할 길을 열어주는 열등한 정책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앞으로는 분배의 투명성을 확실히 보장받으면서 무상지원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박사는 결론으로 북한이 정상국가로 변할 때 비로소 평화통일의 길이 열리는데 6.15선언은 그것이 있은 지 8년이 지난 오늘까지 북한을 정상국가로 변화시키는데 아무런 기여도 못했으며 결국 선군정치의 시효만을 연장한 하지하책(下之下策)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오늘의 북한은 소위 그들이 말하는 선군정치의 “위업”으로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통해 실력을 과시(誇示)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북한경제가 총체적으로 파탄되었기 때문에 선군정치를 더 이상 밀고 나갈 수 없는 한계상황에 놓여있다고 이 박사는 관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측이 너무 서두르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대북 개방정책을 구체화시켜 나간다면 북한의 가시(可視)적 변화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북한의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강구하는데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고 남의 글들을 재구성한 논문도 아니고 자신의 경험과 정치인다운 직관과 통찰 그리고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해야할 과제와 전망을 제시한 역저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습니다.